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넛바나나 Jul 15. 2024

오늘, 식탁의 맛(2)

나물 속 비하인드 

‘띠리링’


폰이 울렸다. 집 근처 마트에서 날아온 행사 문자다. ‘여름 행사 초특가 할인’. 할인 품목 리스트들의 어마어마하다. 그중 나물 종류들도 초특가다. ‘마침 잘 됐다. 오랜만에 밥에 콩나물이나 무쳐 먹어야지’ 마트에 가기 전 서둘러 검색어에 ‘콩나물 맛있게 무치는 법’을 검색했다. 

    

준비물 : 콩나물, 국간장(또는 액젓, 참치액), 맛소금, 다진 마늘, 참기름, 간 깨     


최대한 간단한 레시피로 가려냈는데도 기본 재료 이외에 맛을 내기 위한 양념들이 5가지나 됬다. 콩나물의 익숙한 입맛을 다시며 내 발걸음은 가볍게 마트로 향했다. 마트에 도착하니 나물 말고도 빅세일 초특가 인스턴트 식품들이 가득했다. 한 봉지에 만 원이 넘는 만두가 원플원 행사한다느니, 짭짤하게 간이 되어있는 소시지가 40프로 이상 할인을 한다느니…. 파격적인 가격들에 눈길이 갔지만, 내 마음은 인스턴트 식품 보다는 익숙한 콩나물무침을 향하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콩나물 봉지부터 뜯었다. 그런데 이게 왠 걸. 콩나물 봉지 틈새로 보이던 싱싱하던 콩나물을 걷어내니 썩고 오래된 콩나물들이 섞여 있었다. 먹지 못하는 콩나물들을 직접 손으로 가려내야 했다.

 ‘후, 초반부터 쉽지 않네?’ 약간의 피로함이 몰려왔다. 상태가 좋지 않은 콩나물들을 가려낸 후 냄비로 옮겼다. 콩나물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뚜껑을 덮고 2분간 끓여야 하기 때문이다. 끓인 콩나물들을 꺼내 열을 식혔다. ‘열을 식히는 동안 양념을 만들어놔야겠다.’ 마늘을 미리 다지고, 양념 통들을 꺼내놓았다. 맛소금 톡톡, 다진 마늘 적당량 넣고, 국 간장 한 티스푼, 참기름 한 티스푼을 넣고 버무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간 깨를 넣고 한 번 더 버무리면 ‘완성!’     


콩나물을 한 줌 쥐어 입에 넣는 순간 그동안의 피로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음 역시 이 맛이지’ 엄마가 해주던 익숙한 맛이 입안에 맴돌았다. 콩나물무침 반찬 한 개로도 오늘 한 끼는 충분했다.     

어릴 적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먹던 식탁의 모습이 함께 그려졌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 식탁은 인스턴트 식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소박했고 단순했다. 밥에 몇 가지 나물 반찬과 가끔 나오는 국이 전부였다. 콩나물 반찬을 손수 만들면서 보이지 않던 엄마의 정성을 깨닫게 되었다.     

‘나물 반찬 하나를 만들기 위해 다듬고 씻고 데치고 식히고 5가지 이상 소스를 넣고 버무려야 했던 엄마의 손이 담긴 정성을 먹고 있었구나.’

마트에 가도 인스턴트 식품에 눈길이 가지 않은 것도. 자연스럽게 나물 반찬을 찾게 된 것도, 엄마의 정성이 들어간 소박한 반찬 식탁 때문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건강에 큰 무리가 가지 않게 해주었다.     


오늘 식탁의 맛은 나물 속 엄마의 정성과 사랑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오늘, 사랑의 맛(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