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우아한 형제들 문구세트 (365일 뜯는 일력)
너무 운이 좋게도 T/SCHOOL 신청자 선착순 100명에 들어 리워드를 받게 되었다. 바로 우아한 형제들 문구세트..! 한 2-3년 전에 배민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 참가했었는데 그때도 비슷한 문구세트를 받았던 게 기억난다. 당시 한 3시간 동안 노트북 앞에서 수백만 개의 작품을 읽고 그중 가장 재밌고 인상적인 것을 선택해야 했는데 처음에는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눈알이 빠질 것 같았던 기억이 난다.. 그중 이 3개가 너무 인상적이여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나 지방으로 발령 났어 축하해줘
- 탄수화물
사심이 가득한 음식점
- 횟집
어머니 저를 전쪽으로 밀으셔야 합니다
- 막걸리
당시 스카이캐슬이 엄청 핫할 때여서 "워열어라이~"랑 김주영 쓰앵님 명대사가 엄청 많았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것이 똑같은 스카이캐슬 명대사만 한 천 개는 본 것 같다. 그 와중에 저 탄수화물은 너무 인상적이어서 까먹어지지가 않는다. 배달의 민족 본사에도 가보고 웃긴 시들도 정말 많이 읽고 (한 만원 정도의 시급도 받았다)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다.
배달의 민족은 자사에서 다양한 서체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그중에는 유명한 "배달의 민족" 폰트 (한나체) 외에도 꽤 쓸만한 폰트들이 많다. 배민은 글꼴로 브랜드 마케팅을 한 정말 성공적인 사례라고 생각이 된다. 특히 한나체는 정말 배달의 민족을 상징하는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 같다. 뭔가 고딕체 느낌이 나지만 딱딱하지 않고 개구쟁이 같으면서 완성도 높은 그런 서체 같다. 문구세트의 "흑심 있어요" 연필, "어머, 펜이에요~" 펜 모두 귀엽지만 가장 마음에 든 건 이 365일 매일 뜯어 쓰는 "오늘에 집중" 일력이다.
트레이싱지 같이 얇고 반들반들한 종이로 만들어진 약 25센티 크기의 이 달력은 매일매일 하나씩 뜯어 쓰는 일력으로, 이름처럼 하루하루에 집중하라고 만들어진 제품 같다.
이미 벌써 2월이니 1월 양의 종이를 다 뜯어내야 했는데 그게 얼마나 재밌던지! '챠라락' 소리는 내며 꽤나 힘을 줘서 뜯어내야 하는 종이의 소리와 느낌이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찢어지는 종이의 감촉(?)이라 중독성 있는 희열감이 느껴졌다. 1월 종이가 끝나갈쯔음엔 약간 아쉬울 정도였다. 그리고 하루하루 다르게 쓰여있는 문구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어떤 날엔 정말 열심히 하루를 살아야 할 것만 같은 자기 계발적인 문구, 어떤 날엔 감성이 폭발하는 문구 (이번 주도 수고 많았어!) , 어떤 날엔 뜬금없는 질문 (김치찌개 최애 토핑은?), 또 어떤 날엔 그냥.. 랜덤한 글 (얼죽아인 사람 손!) 등 매일 다른 글이 쓰여있었는데 이게 은근 위로가 되고 다음 날 문구를 궁금하게 만드는 그런 매력이 있었다. 주말에만 바탕 색상이 있는 것도 너무 좋다. 주말, 짧고 소중해.
갑분 배민 홍보. 민트색 하면 티파니앤코랑 배민이지~
그리고 SNS를 통해 나름 잘 알려진 이 글이 담긴 정말 큰 종이 포스터가 (2절지는 되는 거 같다) 2개나 함께 왔다. "디자인은 본질적 가치다"라는 제목부터 내용까지 정말 흠잡을 때 없는, 제발 많은 기업들이 봤으면 하는 그런 글이다. 물론 회사나 업종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인턴 경험과 이전 회사에서 짧은 경험, 그리고 현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디자인을 사업의 핵심 과정 혹은 업무라고 생각하기보다 부가 가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회사가 아직도 너무 많은 것 같다. 이 글에 나와있는 것처럼 제품이나 서비스에 부여되는 '디자인'의 의미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이 글은 2015년에 작성되었다) 그런 사실을 진지하게 자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 주류는 아닌 것 같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현재 사회와 시장 속에서 디자인이 "결코 덤에 비유할 수 없는 요소로서 본질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본질적 가치"라는 것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그에 따라 행동했으면 좋겠다.
신나게 1월 종이들을 뜯다가 나를 순간 멈칫하게 만든 1월 31일의 이 문구. 아 나 신년 계획 세웠었지.. 근데 뭐였더라? 성실하게 플랜을 따르지는 않지만 계획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나는 2020년 말에 새로운 다이어리를 장만하고 표지도 스티커로 예쁘게 꾸몄더란다. 그렇지만, 역시나, 예상대로, 생각보다 바쁘게 지나간 1월 탓을 하며 텅텅 빈 페이지들.. 내 신년 계획 1번인 꾸준히 다이어리 쓰기는 일단 실패다. 그렇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주식 시작하기, 브런치 작가 신청하기, 영자 신문 읽기 등 아직 한 달 밖에 안 지난 거 치고는 꽤 많이 계획을 실천한 것 같다. 1월을 야무지게 보낸 것 같아 뿌듯하군. 그래도 먼슬리 말고 데일리 목표는 많이 아쉬웠다. 내가 요즘 쓰고 있는 Tibah라는 하루 습관 기록 어플을 확인해보니 내가 세워놓은 매일 목표 (새벽 2시 전에 자기, 충분한 수분 섭취, 책 한 챕터 읽기, 스쿼트 2 세트 등)는 못 지킨 날이 지킨 날보다 많았다. (다시 보니 매일 고정으로 설정해놓은 목표가 좀 많긴 한 것 같다..쩝) 어떻게 보면 운명적으로 "오늘에 집중" 일력이 나에게 오게 되었으니, 오늘부터 이걸 쓰면서 다른 달보다 짧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2월은 하루하루의 목표를 이루는 것에 집중하면서 보내고 싶다. 매일 아침 전 날 종이를 뜯으면서 뿌듯한 마음이 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