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CHOOL Day② Session 2 - 정성훈 디자이너(페이스북)
이번 연사님은 페이스북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고 계신 정성훈 님이셨다. 현재 미국의 실리콘 벨리의 페이스북 본사에서 일하고 계신다고 한다. (부럽따..) 성훈님은 이번 강의에서 화면 상에서 두 개의 언어를 동시에 표현하는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SNS이다. 페이스북 패밀리에는 페이스북 말고도 인스타그램, 메신저, 왓츠앱, 어클레스 등 세계적으로 많이 이용되는 서비스들이 포함되어있다. 페이스북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20억 명에 달하며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한다. 페이스북 직원들은 페이스북 앱을 "The blue app"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성훈님의 롤인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비교적 최근에 생긴 포지션으로, 비즈니스 관점에서 UX 디자인과 비주얼 디자인을 담당한다. 단순히 심미성이나 사용성을 위한 디자인보다는, 사업적인 성공을 목표로 하고 비즈니스 관점에서 사용자를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더 사용자를 늘릴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셨다. 그래서 일을 하시면서 데이터 애널리스트 및 협업하는 사람들과 숫자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야 하고, 때로는 작업한 결과물을 아주 객관적인 시각과 수치로 평가받아야 하는 디자인 업무를 맡고 있다고 하셨다.
성훈님은 이 질문을 던지고 답은 바로 인도라고 했다. 인도는 1.3억 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 서비스가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성장 시장이기도 하다. 인터넷 보급률이 아주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소득과 경제 수준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인도는 GDP 5위, 한국은 12위다.) 그래서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IT 대기업들은 인도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인도는 인터넷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트래픽을 적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다.(Connectivity)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아직 스마트폰 같은 디바이스 구입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에 저사용 안드로이드 폰이나 작은 화면을 고려한 디자인이 필요하다.(Devices) 그리고 교육 수준이 낮아 문맹률이 높고 다양한 토착어가 존재해 언어 설정 문제가 있다.(Language) 또한 인도는 성 불평등이 만연하여 여자는 교육을 시키지 않아 문맹률이 높고 핸드폰이 없는 경우가 많다. (Gender) 그리고 갑작스러운 기술 보급으로 인해 인터넷 콘셉트(예를 들면 아이디와 패스워드 설정)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는 것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디자인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Comprehension)
인도에서 영어는 한국에서처럼 제2의 언어로 약 10%의 인구 정도만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은 43%). 인도는 교육 수준도 낮고 문맹률도 높은 데다가 지방 언어만 22개가 존재한다. 이런 높은 영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페북을 사용하는 90%의 사용자가 영어로 설정된 페이스북을 이용한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문화적 맥락의 이해가 필요하다. 인도에서 영어는 출세 지향적인 언어다. 직업을 가지거나 신분 상승을 위해서 꼭 필요한 덕목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스스로 영어를 할 수 있다는 모습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런 모습은 특히 사회 상류층에서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볼리우드 스타들은 인터뷰할 때 영어를 굉장히 많이 섞어 쓴다. 또한 이미 많은 소프트웨어나 프로그램들이 기본적으로 영어로 세팅되어있기 때문에 오히려 영어 설정에 익숙해졌거나 영어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영어를 완벽히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대부분 인터페이스를 자세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이것은 사용자의 관점에서 큰 문제점으로써 꼭 해결이 필요한 부분이다.
Diglossia (디글로시아)는 한국어로 이중언어표시로 해석 가능하다. 두 가지 언어를 한꺼번에 표시해놓은 공항 표지판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페이스북은 인도 사용자들을 위해 영어를 상단에, 힌디어를 하단에 배치하고 번역 기능을 추가하여 개인정보법 약관 동의 페이지 등의 중요한 내용을 사용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설문 요청 메시지에 힌디어 설명을 추가하여 더 많은 사용자들이 설문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디글로시아가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사용자가 읽어야 하는 글의 양도 많아지고 안 그래도 작은 화면에 줄글이 길어지니 디자인 시스템을 적용하기 아주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일관적인 디자인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한 추가적인 maintenance cost도 많이 요구된다고 한다.
성훈님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Fancy한 디자인보다는 현실적인 디자인이 제안되어야 한다고 설명하 했다. Craftmanship 보다는 Business 관점에서 비용과 효율성을 따져야 한다. 비용에는 금전적인 것뿐만 아니라 디자이너가 소모해야 하는 에너지도 포함된다. 성훈님과 팀은 3년 넘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고 아직 갈길이 멀다고 하셨다. 그래도 최근에 큰 변화를 가져온 디자인 발견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오디오 기능이다. 신규 사용자가 계정을 생성할 때 거쳐야 하는 많은 화면들 중에 가장 많이 포기하는 화면이 바로 패스워드 입력 페이지라고 한다. 인도 사용자들에게는 패스워드를 기억했다가 나중에 다시 입력해서 로그인하는 상황 자체가 굉장히 낯설다. 많은 사람들은 화면상에 있는 모든 글자를 읽지 않는다. 몇 가지 글자를 보고 추측해서 진행한다. 이런 이유들을 바탕으로, 모든 화면에 자동으로 재생되는 오디오 버튼을 통해 사용자는 페이지에 들어왔을 때 해야 하는 행동을 오디오로 설명받는다. 음성 안내 기능이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차이점은 인도 사용자들을 위해 영어 화면에다 힌디어 설명이 오디오로 나오게 했다. 텍스트와 음성을 혼용한 디글로시아 콘셉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자를 읽지 못하는 사람은 있어도 음성을 이해 못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이런 변화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많은 사용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버전은 2020년도에 인도에 출시되었고 해당 연도에 대략 사백만 명의 추가 사용자 증가가 발생했다. 이런 변화는 추가 사용자 증가 유도로 이어진, 성장 그래프의 앵글을 바꾼 임팩트 있는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음성 도움말 기능을 신규 사용자의 전체 온보딩 경험으로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올 하반기에 좀 더 발전된 버전을 출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앞선 예시처럼 텍스트를 넘어서 사용자들의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디자인 기회는 뭐가 있을까?
이미지
페북의 가장 큰 성공 요소 및 핵심 디자인 요소는 바로 "좋아요" 버튼이다. 사용자들은 클릭 한 번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팬데믹 상황에 맞춰 Care 버튼도 추가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이모지나 아이콘, 일러스트레이션 등이 큰 기회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비디오
페이스북은 얼마 전에 GIPHY라는 회사를 4000억 원에 인수했다. GIF 비디오를 공유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스냅챗,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비슷한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들은 고정된 텍스트보다는 움직임이 있는 비디오에 더 몰입하고 더 많은 정보를 가져간다. 성훈님은 상당의 페이스북 회사 내 커뮤니케이션이 이미 문자 없이 이루어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추세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했다. 변하는 사람들의 행동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많은 디자이너들의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그들에게 물건을 파려면,
그들이 생각하는 언어로 말을 해야 한다.
-David Ogilvy
"광고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는 "사용자의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 가장 익숙해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통해 제품을 디자인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성훈님이 강연을 마무리하며 말했던 이 말처럼 사용자의 문화와 배경을 이해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만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 같다. 사용자 경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좋은 강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