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지마 미카의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을 듣고
나는 불안장애와 우울장애를 앓고 있다. 그래도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끔 행복하고 가끔 불행하다. 다만, 가끔 죽고 싶을 뿐이다. 죽고 싶을 때면 아무것도 할 용기가 나지 않지만, 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 노력 중 하나는 음악을 듣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가사를 곱씹다 보면, 눈물이 흐르면서 그래도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노력 대비 가장 효과적인 자살 치료제인 셈이다. 그런 이유로 한국어 가사로 된 노래를 좋아하지만 이 노래는 듣다 보면 울지 않을 수 없어, 힘이 들 때 찾아 듣는 나의 플레이 리스트 한쪽에 자리 잡게 되었다.
노래 속 주인공은 언뜻 보면 사소한 일로 죽음을 결심한다. '갈매기가 울어서', '생일날 살구꽃이 피어서', '신발끈이 풀려서' 죽고 싶다고 말한다. 이는 삶의 이유가 덧없듯 죽음의 이유도 덧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삶과 죽음에 이유를 덧붙였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에 이유를 붙이는 순간, 이유에는 경중이 생기고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삶도, 죽음도 선택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변한다. 그건 위험한 생각이라 순식간에 나 자신을 죽이게 될 정도로 크게 부푼다.
이 노래를 부른 나카시마 미카는 이관 개방증이라는, 가수로서 치명적인 병을 앓았다. 노래를 부를 수 없을 거라는 걱정과 우려 속에서도 나카시마는 열심히 노래를 불렀고 완치했다. 그 병을 앓을 당시 소리 지르듯 오열하며 노래하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처절하게 살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엿보이는 것 같아 나도 따라 오열하듯 울게 된다.
죽고 싶은 순간, 도망가고 싶은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것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한다고 실패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자살한 사람을 비난하고 싶지도, 연민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죽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 때 자신의 삶과 죽음에 무게를 만들어 저울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하고 싶다. 삶의 이유는 덧없다. 그러므로 죽음의 이유도 덧없다. 당신이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상황이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조그마한 것이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삶과 죽음의 이유에 가치를 두는 순간, 당신은 더 괴롭고 고통스러워질 것이다.
삶에 이유가 없듯, 죽음에 이유가 없다. 오늘도 숨죽여 혼자만의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당신에게, 이 노래를 선물한다. 울고 싶을 땐 마음껏 울고 털어버리길. 털어버리지 못하더라도, 실패라는 이름을 덧붙이지 않기를. 가끔은 도망치는 것도, 가끔은 져버리는 것도 모두 나를 위한 길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