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간 고양이가 12시간만에 학대를 받고 돌아왔다.

집사가 다니는 밖의 세상은 좋은 줄 알았어! - 뜨비씨 생각-

by 우키우키

어린 시절, 한옥집에서 만난 첫 고양이


우리 집은 한옥집이었어요. 어느 날 어머니가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데려오셨죠. 그때 처음 고양이의 매력에 빠졌어요. 부드러운 털, 조용히 집 안을 거니는 발소리, 창가에 앉아 햇살을 받는 모습. 그렇게 저는 고양이를 사랑하게 된 소녀가 되었어요. 독립을 하면서 '고양이부터 키워야지'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하지만 자취를 하면서 알아야 할 것들, 업무로 인한 바쁨에 지쳐 그 생각은 점점 잊혀갔어요.


오피스텔에서 들린 울음소리


어느 날, 오피스텔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여기에 고양이가 있을 리 없는데...'

그때 문득 생각났어요. '아, 나 고양이 키우려고 했었는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고양이 분양글을 보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끌려서 고양이를 분양받았어요.


첫날 나와 함께하게 된 고양이에게는 집도 화장실도 없었어요. 길고양이를 냥줍하신 분이 어머니가 키우지 말라 하셨다며 저에게 분양하신 거였죠. 고양이를 보니 곰팡이성 염에 걸려 털이 빠져있었어요. 내 코트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작은 고양이. 그 아이는 그날부터 제 일상이 되었어요.


지켜보느라 출근하기 싫어 고양이를 바라보고 또 바라봤는데, 그 고양이가 어느새 중성화를 해야 할 만큼 자랐더라고요.


그날, 뜨비씨가 사라졌다


딱, 뜨비씨가 1살이 되어갈 무렵이었어요. (고양이 이름은 뜨비지만, 저는 뜨비씨라고 씨를 붙여 불러요. 내가 낳은 자식도 아니기에 엄마라 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언니라 하기도 뭐해서 그냥 씨를 붙여 버렸더니 입에 배어버렸어요.)


회사에서 일하던 저녁, 며칠간 우리 집에 머물던 친구에게 전화가 왔어요.

"고양이가 안 보여... 이상해?"

그게 무슨 말이야? 어디 숨어있겠지. 어디 구석에 들어가 있거나, 옷장 같은 데 잘 찾아봐. 그렇게 대답했지만 친구는 안 보인다며 전화를 끊었어요.


그리고 저는 회의가 밤 12시까지 이어졌어요. 걱정되어서 회의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었어요. 회의가 끝나고 친구에게 전화해보니, 다행히 뜨비씨를 찾았다고 했어요. 하지만 집에 가서 마주한 뜨비씨는... 제 눈물 바다를 만들었어요.

8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던걸까?


친구가 외출한 시간 생각하면 고작 8시간도 안 되게 집 밖으로 나갔다고 해요. 건물 CCTV를 확인한 결과, 친구가 아침에 나가면서 오피스텔 문을 잘 닫지 않았고, 뜨비씨는 세상 밖이 궁금해서 나갔던 거예요. 청소 아주머니가 문을 살포시 닫아줬는데 뜨비씨는 돌아왔지만 문이 닫혀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다른 층을 헤맸대요.


그리고 뜨비씨를 찾았는데 물을 쫄딱 맞아 벌벌 떨고 있었어요.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허리 부근의 털은 뭉텅뭉텅 빠져 있었어요.


누군가 뜨비씨를 물뿌리면서 학대한 게 분명했어요. 물을 좋아하지 않는 고양이가 물속에 들어갈 리도 없고,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눈이 충혈되고 털이 한 움큼 빠져있을 수 있죠? 겨우 1살 된 아이가, 12시간 동안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얼마나 추웠을까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쳐요.



너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어


그날 밤, 뜨비씨를 안고 한참을 울었어요. 작은 몸을 수건으로 감싸고 드라이기로 조심조심 말려주면서, 뜨비씨는 계속 떨고 있었어요. 평소엔 안기는 걸 싫어하던 아이가 그날따라 제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어요.

얼마나 무서웠으면 이럴까.


아침에 동물병원에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밤새 뜨비씨 옆을 지켰어요. 눈물이 계속 났어요.

"우리 뜨비씨에게 이런 고통을 주어서 너무 너무 미안해."

"너에게 정말 좋은 것만 해주고 싶어."


그날 이후, 뭔가가 바뀌었어요.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키우던 고양이가 아니라, 제가 책임져야 할 소중한 생명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뜨비씨에게 정말 좋은 것들을 찾기 시작했어요. 먹는 것, 쓰는 것, 하나하나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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