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경험
두 번째 세계여행을 계획하며 미래에 대한 걱정과 여행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가진 게 많진 않지만 거의 그 모든 것을 걸고 고민하는 기분이었다.
그것들을 포기할 만큼 나는 다시 나가고 싶은가? 그것이 나의 선택에 앞선 가장 큰 질문이었다.
그것에 대답을 섣불리 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실패의 경험’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실패는 첫 번째 세계여행을 온전히 마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많은 것들을 준비했었다.
많은 변수 또한 계산했고 전염병이 도는 상황 또한 내 나름 계획에 있었지만
‘코로나’는 나 같은 일개 사람 나부랭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변수의 것이 아니었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떠난 여행을 중도에 접고 돌아온다는 것은 너무 큰 충격이었고 좌절이었다.
그런데 그런 경험을 했던 내가 가진 것들을 걸고 떠날지 말지를 또다시 고민하고 있다니?
떠나는 게 맞는지 이제 나이도 먹었으니 내가 가진 자리에서 자리 잡고
안주하는 것이 맞는지 머리가 터지도록 고민했다.
변수 없이 꽉 채워 2년, 3년 여행할 수 있다는 보장이라도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보장 따위는 그 누구도 해주지 않는다.
이런 하나마나한 고민을 나는 왜 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단단히 준비했던 첫 번째 세계여행은 갑자기 아프게 끝나버렸다.
계획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돌이켜보면 나에게 남을 것들이 남았고 지나갈 것들은 지나갔다.
나는 다시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사람이고
지금 내게 필요한 마음은 언제 어떻게 끝나게 되어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였다.
나 스스로 그 질문에 ‘YES’라고 대답할 수 있을 때 나는 다시 떠날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만큼,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얻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머리가 훨씬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