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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돌 Aug 20. 2023

사직서를 썼다

두 번째 무모함




























































2019년 6월 결혼식을 올리고 우리 부부는 호기롭게 세계여행을 떠났다.

2015년부터 함께 중국에서 지냈기에 한국보다 국외가 편한 우리였다.

첫 배낭여행 이후 막연한 꿈이었던 세계일주를 신랑과 함께 떠날 수 있어 행복했다.

늦은 나이의 결혼이었기에 세계여행 이후 삶이나 금전적인 것들이 걱정되었었지만

무모할지언정 한 살이라도 더 나이 먹기 전 도전해보고자 싶었다.


그때 당시 최소 1년 혹은 그 이상을 계획하고 떠난 여행이었으나

불가피하게 귀국해야 할 상황에 대한 몇 가지 가설을 세워봤었었다.

오래전 사스부터 신종플루, 조류인플루엔자, 메르스 등 전염병의 유행 또한 나의 계획 안에 있었다.

내가 태어 나서 겪었던 전염병 중 모든 대륙을 통틀어 유행한 적은 없었기에 적당히 피할 계획이었다.

2020년 초 코로나가 유행했을 때도 조금만 버티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보기 좋게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2020년 4월 23일 나는 신랑과 함께 편도 200만 원짜리 특별기를 타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그로부터 3년이 넘게 흘렀다. 나는 3살을 더 먹었고 40대가 되었다.

코로나 때 한국에 입국해 돈도 떨어지고 일도 찾기 힘든 시절을 지나 직장을 잡고 커리어를 이어 나갔다.

만족할 만큼의 월급을 받았고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가족&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의 공허함은 커져갔고 용귀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오랜만의 귀국 후 한국 생활, 더 먹어버린 나이, 한참 커리어를 쌓고 돈을 벌어야 할 때에

이것들을 포기하고 떠난다는 건 아무리 무모한 나라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렇다면 그냥 지금처럼 나쁘지 않게 쭉~ 살고 나이를 먹고 나이를 먹은 후에

나는 과연 행복할까? 과연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되물었다.


‘지금보다 불행한 미래가 기다릴 수 있지만 그것 또한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나?‘

나의 대답은 ‘YES’였다.


우리 부부는 같은 생각이었고 나보다 긍정적인 용귀는 불행한 미래가 기다릴 리가 없다고 했다.

하하하하하


그래! 우리 다시 한번 무모해보자!

그리고 이번엔 이전보다 더욱 제대로! 더욱 멋지게! 더욱 후회 없이 떠나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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