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를 원해?
택시비 흥정에 지치고 뭔가 속는 기분이 들어 흥정에 응해주고 싶지 않았을 때
미터기를 켜고 간다는 택시 기사가 나타났고 심지어 흥정했던 것과 비슷한 요금을 내게 되더라도
좀 더 양심적이고 괜찮은 기사에게 돈을 더 주는 게 낫다고 생각되어 이 택시 기사를 선택했다.
그런데 탑승을 하고 나니 택시기사가 말을 바꿨고 참았던 분노를 폭발하며 내가 말했다.
‘아까 미터 켠다면서!!! 왜 말이 바뀌는 거예요!!!’ 그러자 기사는 눈치를 보더니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일단 미터를 켜고 가는데 350? 400? 까지만 받을게!‘ 라며 말을 바꿨다.
역시 믿을 택시기사가 없구나... 그래 어차피 사기당해서 탔어도 그 정도 나왔겠지.
그 가격만큼 내는 게 운명인가 보다 싶어 택시비에 대한 마음을 포기하려던 찰나
택시기사가 말한 미터는 과연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다.
금액이 얼마가 나오는지는 알고 내야 할 텐데 한국 택시의 미터가 위치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미터기는 어디에 있나요? 저것인가요?‘라고 백밀러를 가리켰더니
택시기사가 대답했다. ‘아닌데? 저거 미터기 아닌데??’
그러고는 잠시 정적이 흐른 후 택시 시동을 끄고 도로 한편에 갑자기 세우더니 내리라고 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했지만 이런 건 상황은 내 계산에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백미러의 그것이 미터기가 맞았고
택시기사는 사기를 칠 수 없게 되자 우리를 내리라고 한 것이었다.
도로 한복판에 우리를 내려주고는 망가졌다는 차의 시동을 걸고 택시기사가 유유히 사라졌다.
갑자기 어디인지도 모르는 도로 한복판에 내려 이제 어째야 하나?
버스 시간이 다 와가는데 버스를 놓쳐야 하나? 별 생각이 다 들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택시 어플을 켰고 5분 만에 새로운 차를 탈 수 있었다.
탁심이나 관광지 한복판이 아니기에 근처의 평범한 택시가 잡혔던 것이다.
친절하고 착한 택시기사가 우리를 데리러 왔고 180리라를 지불하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흥정과 사기꾼과의 만남으로 식은땀이 나는 하루였다.
이런 것 또한 여행의 일부이고 추억이라지만 역시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사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