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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Jul 15. 2022

엘리베이터로 보는 UX

사용성과 디자인이 충돌하는 순간

물고기 떼 지어가듯 빽빽한 출근길 지하철 2호선.

아마 서초역, 교대역, 강남역, 역삼역 부근에서 내린다면 특히 더 공감이 될 것 같다.

더 최악은 그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건물로 들어간다는 것. 

지하철 내리고 끝인 줄 알았는데 긴 엘리베이터 줄 앞에 서면 숨이 탁 막힌다.

출처: 매일경제


내가 일하는 건물은 40층이 넘는 고층 빌딩에 여러 회사가 들어서 있기 때문에 층마다 가는 엘리베이터 구역이 나눠져 있다.

출처: GFC 홈페이지

한 복도마다 10개 층 정도가 사용하고, 복도 1개에 양옆에 있는 '각 구역'에서는 5개 층 정도가 사용한다. 각 구역마다 엘리베이터는 3개가 있다.


요즘은 재택을 많이 하니깐 한 층 당 50명이 사용한다고 해도 엘리베이터 1대 당  84명을 소화한다.

엘리베이터 1대에 10명이 타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데에 3분이 걸린다고 가정하더라도 250명을 모두 출근시키는 데에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자율 출퇴근인 우리 회사는 특히나 8시, 9시, 10시 등 출근시간이 다양하기 때문에 더 여유롭다.


그런데 왜 나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체감상 오래 걸리는 것 같고,
눈앞에서 엘리베이터를 놓쳐버리는 상황이 자주 벌어질까?




2010년 초쯤 각종 IT기기에 스크린 터치 방식이 확산되면서 엘리베이터 버튼도 누르는 대신 터치하는 방식이 유행했다. 그때 도입된 다양한 방식의 스크린 터치 방식의 엘리베이터 때문에, 어딜 갈 때마다 엘리베이터 작동방식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터치패드 방식의 오티스 엘리베이터의 장점(조금) 및 단점(많이)을 적어보았다.



문제점 1.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 아닌 터치패드 방식

3대의 엘리베이터를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각각의 엘리베이터는 독립적인 시스템이고, 터치패드가 그 둘을 연결해주는 매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터치패드는 세 엘리베이터를 총괄하는 마스터 역할을 한다.


설계자의 의도는 물론 이해가 된다.


1. 다양한 회사가 사용하는 건물의 특성상 이용 가능한 층수를 쉽게 컨트롤하는 것

2. 목적지를 선행 등록하여 인공지능이 빠른 엘리베이터를 지정해주는 것

3. 인공지능이 계산한 대로 엘리베이터를 배정해주어 대기줄을 없애는 것


이 주 목적인 듯하다.

그러나 터치패드를 사용하면 아래와 같은 치명적인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

<터치패드 방식의 문제점>
1.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다.
2. 러닝 커브가 낮은 이용자에게는 학습시간이 걸린다.
3. 위 1,2의 이유로 관리직원을 배치해야 하므로 관리비가 늘어난다.
4.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층수를 결정해야 하므로 급하게 엘리베이터에 탑승할 수 없다.
5. 동시입력이 불가하여 차례차례 층수를 입력해야 하므로 오래 걸린다.
6. 컨트롤타워인 터치패드가 엘리베이터를 미리 배정해줘서, 배정받지 않은 엘리베이터가 열려도 탈 수 없다.



문제점 2. 어떤 층을 눌렀는지 알려주지 않음

GFC 엘리베이터

위 사진에서 특징적인 점은, 층수를 표시하는 곳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면 층수는 어떻게 알 수 있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문틈 사이에 1,2,5 이런 식으로 표시된다.

<내가 누른 층수를 알 수 없는 경우 발생하는 상황>
1. 새로 오는 사람들은 같은 층수를 중복으로 누르게 된다. (눌렸는지 알 수 없기 때문)
2. 내가 타야 하는 엘리베이터를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문제점 3. 실시간으로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음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깔끔한 디자인을 위해 실시간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다.

좋게 보면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것일 수도 있고, 나쁘게 보면 불친절하다.

그러나 전 직원이 다 사용하는 회사에서 회장님 전용 엘리베이터도 아닌데 굳이 정보를 숨길 필요가 있을까?

(실화임) 얼마나 기다려야 엘리베이터가 올 지 가늠을 할 수 없어서, 핸드폰을 하다가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해 그냥 보낸 적도 몇 번 있다.


나같이 성격이 급한 이용자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고 마냥 기다릴 수 없다.

내가 탈 엘리베이터가 지금 어디에 있는 지를 실시간으로 알아야 한다.

유사한 사례로 실시간 배달 위치 서비스를 구현한  쿠팡 이츠가 있다.

출처: 뽐뿌

배달기사가 어디쯤 왔지? 돌아서 오는 건 아닐까? 나는 언제쯤 문을 열고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를 궁금해하는 유저들의 페인 포인트를 가장 명확하게 해결한 사례인 것 같다.





인사이트

1.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습관화되어있어 관습에서 크게 벗어나면 학습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2. 실시간으로 진행 상황이 눈에 보여야 한다

3. 버튼을 누르자마자 예상한 반응이 나와야 한다

4. 시스템의 변화가 기존 사용자를 배제하지는 않는지 점검해야 한다

5. 사용자는 5살 어린 아이다. 변화된 상황을 인지할 수 있도록 모든 채널에 알려야 한다

6. 시스템이 예외상황에 의해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경우에 대한 시나리오를 그려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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