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가장 슬픈 유서

by 유가화

청년은 고아였다. 만 18세가 되어 보호가 종료되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대학생이었다고 했다.

'읽어야 할 책이 있는데...'

그가 남긴 마지막 독백 같은 낙서. 아닌 유서...

뉴스에서 그 사건을 보는 순간,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닌데 마음이 이렇게 아플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살면서 봤던 유서 중에 가장 가슴이 아린 유서였다.

아이야. 조금만 더 살아보지 그랬니.

옆에서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지금 당장은 없지만 그래도 그래도...

아무나 붙잡고 울어보기라도 하지 그랬니.


읽어야 할 책.

마지막 순간에 떠오른 그 책.

책 한 권에도 남는 것이 미련인데, 어쩌면 그렇게 한 치의 미련도 없이 삶을 통째 던져버렸을까.

너의 마지막 선택에 너를 돌보던 너의 수호신은 오열했을까 분노했을까


삶은 생각보다 깊고 짙고 거대하며

순간의 감정은 순식간에 나를 꼼짝 못 하게 꽁꽁 묶어 버려서 버둥대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가면 괜찮아진다는 것을 아무리 되뇌어도 순간순간 압도되어 공포에 떤다.

무던하고 덤덤하게 일어나는 일들을 감정을 누르고 지켜보려 해도, 분노 슬픔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하나씩 하나씩 크기를 키워가며 차곡차곡 쌓이다 어느 순간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커져서 터져버린다.


때론 너무나 아름답고 경의롭다가도

때론 너무나 거칠고 시람을 하얗게 질리게 만드는 것이 삶인 듯한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이 희미해진다는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으니까

행복하고 아름답고 평화롭고 감사한 순간에만 집중하고 만끽해야지.

두렵거나 아픈 순간에는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아무것도 못 느끼는 기계처럼 시간을 통과해야지.

아무것도 아니라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주문을 외워봐야지.


(나는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품위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



그렇게 순리와 본성에 맞지 않는 인간이 되려 애쓰던 어느 날. 나도 아주 작은 것에 미련을 두면서도, 전부인 삶을 통째로 버리는 부작용을 맞이할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에 화가 나는 오늘 같은 날은

하얗고 뽀얀 가루가 되어 흩날리다 바다 위에 산 위에 나무 위에 티 나지 않게 내려앉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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