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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노엘 Dec 22. 2020

철들지않은 동심

2020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날이 언제야?”     


누군가 이렇게 물어 온다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당연히 크리스마스지.”     


내가 크리스마스를 이토록 좋아하는 이유는

내 무의식 어딘가에 아직도 자리하고 있는 동심과 소녀 감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죽하면 세례명도 ‘노엘라’로 스스로 정했다.

세례명의 축일은 예수님의 탄생일인 12월 25일, 온 세상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뻐하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 그날이 바로 나의 축일이 되었고 누구보다 뜻깊은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정 나에겐 메리 크리스마스,

최고의 날이 된 셈이다.    

 


일 년을 마무리하는 12월에는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캐럴들을 듣는 것이

 너무나 가슴 설레고 행복한 일이었다.

또한 눈이라도 내려준다면 말 그대로

동화에서나 있을법한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는 것이니 은근히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게 되었다.

눈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선물로 달라고 마음속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빌었던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르겠다.

 빨간 망토에 딸랑이는 구세군의 종소리는

내 마음속 착한 아이를 불러내 지갑 속 동전과 지폐들을 거룩하게 기부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누구나 당연히 12월에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선행이었기에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은 마음속에 스쿠르지가 살고 있다고 속으로 빈정대기도 했었다.  

   


아직도 산타클로스를 믿는다고 말하면

 누군가는 덜 자란 나의 이성을 비웃어주겠지만 동심 속에서 거룩하게 기억되는 크리스마스의 영웅 산타클로스를 나는 아직도 믿고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구하기 힘들었지만 크리스마스 카드를 사 왔다. 예전에는 학교 앞 문구점 앞에만 가더라도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할 수 있는 반짝이는 한 다발의 리스들이 걸려있었고 크리스마스 카드는 보란 듯이 입구를 장식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대형 서점에서도 구하기 힘든 게 크리스마스 카드이다. 사실 요즘 누가 카드를 쓰기나 할까. 모바일카드나 기프티 콘으로 마음을 전하는 게 일상화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을 담아 정성껏 써 내려간 크리스마스 카드가 그 어떤 선물보다 좋기만 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족들 한 명 한 명에게 내 마음을 눌러 담은 손 편지를 겸한 카드를 전할 생각에 벌써 가슴이 콩닥콩닥 행복함으로 물들고 있다.

나에겐 작은 행복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가슴속에 묻어둔 사랑스러운 동화가 생각난다.

아이들과 너무 많이 읽어서 모서리가 너덜너덜 닳아버린 책,

내 마음속에 최애 도서로 기억되는 책,

바로 ‘북극으로 가는 기차 (The Polar Express)’이다.

한 소년이 우연히 북극으로 가는 기차를 타게 되고 눈 덮인 산을 지나 도착한 북극에서 수많은 아이들 가운데 첫 번째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행운의 주인공이 된다. 그 선물은 바로 루돌프의 목에 걸려있는 방울이었다. 흥분된 마음으로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구멍 난 주머니에서 방울이 도망간 사실을 알고 슬퍼하며 잠들게 된다.


 다음날 크리스마스 아침,

트리 아래 선물상자들을 열어보던 중

소년은 깜짝 놀라게 된다. 어젯밤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방울이 들어 있는 것이었다.

그 맑은 방울소리를 들으며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던 소년은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렸고 모두가 그 방울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크리스마스의 동심과 산타클로스를 믿는 소년의 귀에는 여전히 방울의 아름다운 소리가 들린다는 내용이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롯데시네마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상영되었던 The Polar Express는 책으로 읽었을 때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 있는 상황들을 역동적인 영상에 담아 아이들에게 보는 즐거움까지 전해 주었다. 목소리는 톰 헹크스가 1인 5역으로 소년부터 아버지, 차장, 산타클로스의 역할까지 해주었다고 하니 그도 동심을 마음속에 품고 사는 배우였을 거라 미루어 짐작해본다. 차가운 겨울밤, 북극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시끌벅적 아이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이야기 나누는 모습은 사랑스러웠으며 기차 안에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은 두고두고 겨울이면 내 아이들과 나누어 마시던 차가 되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마음의 소리에 점점 귀가 닫히고 일상의 소리만을 듣게 되는 과정인가 보다.

더 이상 크리스마스의 떨림도,

산타클로스의 존재도,

그 방울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는 것.

 그것이 평범한 어른의 모습이라 생각하고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 들며 살아가고 있다.

동심이 떠나버린 연인들은 때로는 세속적인 욕심에 현실적인 선물을 서로에게 강요하기까지 한다.

선물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것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내 안에 덜 자란 이성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고 이야기했던 어린 왕자의 말처럼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지만

소중한 것을 보겠다는 그 믿음의 마음이 우리의 눈을 또 다른 곳으로 향하게 해 줄 것이라

나는 믿는다.

북극으로 가는 기차에 오를 때

차장이 찍어주었던 글자는 B였다.

돌아올 때 그 티켓에는

Believe란 선명한 글자가 찍혀 있었다.

소년은 믿었던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기적과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매년 바쁜 연말연시 행사들에 참석하느라

12월의 스케줄은 늘 바쁨 그 자체였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 아래에서 모든 모임과 행사가 취소되었다.

너무나 조용한 12월이다.

그동안 아이들이 다 자랐다는 핑계로 몇 해동안 꺼내지 않았던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용 양말을 꺼내 오랜만에 집안을 꾸며 보았다. 크리스마스트리는 가장 넓은 거실 창문 앞에 세워두고 밤이 되면 환하게 불을 밝혔다.

 지나가는 누군가가 쳐다보더라도 12월을 느낄 수 있게, 크리스마스가 곧 다가옴을 느낄 수 있도록 보이는 곳에 두었다. 반짝반짝 깜박이는 사랑스러운 전등의 불빛을 바라보면서 꺼져가는 마음속 동심의 불빛이 하나둘씩 차가워진 어른들의 마음에도 되살아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오늘 저녁엔 미리 사둔 크리스마스 카드에 마음을 담아 손 편지를 써두어야겠다.

그리고 미리 걸어둔 커다란 양말 속에 넣어 두어야지.


크리스마스 날은 아이들과 넷플릭스에서

북극으로 가는 기차를 찾아서

다 커버린 나의 두 아들과 함께

추억을 소환하며 영화를 보고 싶다.

아이들 마음에도 사라지지 않은

동심이 남아있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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