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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Oct 02. 2023

(불)완전 여름

불완전함으로써 완전한 나의 삶

무엇이든 '완전'한 것을 좋아했다. 그런 동시에 내가 '완전하지 않음'을 알았다. 그래서 늘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을 동경했다.


내가 완전하게 해내지 못할 일들은 자꾸 미루어졌다. 하다못해 취미 생활마저도 그랬다. 뜨개를 하고 싶었지만 망칠 걸 아니까 하지 못했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잘 그리지 못할 걸 아니까 안 그렸다. 그러니 마땅한 취미생활이랄 게 없었다. 그냥 책 읽는 것, 영화 보는 것과 같이 실패가 없는 일들만 했다. 완전하고 불완전하고가 없는 것들만 했다. 그마저도 책을 읽으며 영화를 보며 더 깊은 해석을 하지 못해, 혹은 더 어려운 것은 나는 왜 이해를 하지 못 할까. 나는 왜 이토록 가벼울까! 생각의 연속이었다.


부족하다는 생각은 늘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철저한 자기 객관화라는 이름으로 나를 스스로 낮잡았다. 불완전. 불완전. 내 이름에 호가 붙는다면 불완전일 듯싶었다. 괴로웠다. 무엇 하나 완전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몸뚱이도 사람도 내 삶도 내 모든 것에 하나 완전한 게 없었다. 무엇 하나 ‘전 이게 완벽합니다!’라고 내세울 게 없었다. 그렇게 불완전의 슬픈 수렁에 마구마구 빠져들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그래 내 호를 불완전으로 삼자!” 싶다. 불완전한 게 나다. 난 불완전하고,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애초에 완전하다는 개념이 세상에 있을까. 내가 지금 ‘완전하다’고 생각되는 그림을 어느 날 그리게 되더라도 그때는 또 다른 완전함을 좇으며 또 불완전하다고 생각하게 되겠지.


그럴 바에 그냥 내가 불완전하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얼렁뚱땅 얼레벌레 데굴데굴 불완전하게 굴러가는 인생.  “불완전함을 정체성으로 굴려 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삶을 살고 있다. 오히려 불완전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내 삶은 완전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야말로 (불)완전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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