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다녔던 글쓰기 교실을 기억한다. 글 쓰는 게 너무 좋아서 글쓰기 교실에 갔는데, 글쓰기 교실에 간 이후로 글을 쓰는 것이 재미가 없어졌다. 나 나름 내 글도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에 가니까 나보다 술술 맛깔난 글을 쓰는 애들이 너무 많은 거다. 열 두 살의 나는 글에 재능이 없다고 스스로 판단했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졌던 작가의 꿈을 단념했다. 어쩌면 포기가 빠른 아이였고 어쩌면 참 현실적인 아이였다. 그 둘 모두에 해당할지도 모르겠다.
그 뒤로는 전혀 글을 쓸 일이 없었다. 남의 글을 읽는 것은 계속했지만. 학교에서 하는 백일장 시간이면 달랑 대충 몇 줄 쓰고 치웠다. 백일장 시간이 싫었다. 글 쓰는 상황을 마주하는 것이 유쾌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와서야 조금씩 다시 글을 써 보기 시작했다. 대단한 글은 아니고, 일기 혹은 감정의 배설에 가까운 글들이다.
그렇게 혼자서 찔끔찔끔 두세 줄이라도 다시 글을 써 보기 시작하면서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그때 내가 포기하지 않고 더 노력해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지금 나는 이것보다 조금 더 멋진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가끔 그때 내가 감탄하던 글들을 멋들어지게 써내던 이름 잊은 친구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 글들을 쓰고 있을까.
아니면 그들도 글과 멀어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