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와 이토의 에세이집 <양식당 오가와>를 읽다가 발견한 구절이 있다.
내가 지향하는 것은 틈. 시간에도, 공간에도, 인간관계에도 틈을 만들면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생각 없이 살다 보면 물건은 계속 늘어나니 의식해서 손에 넣지 않는다. 필요 없는 물건은 손에 넣지 않는다. 집에 들이지 않는다. 인생에 덧붙이지 않는다. 이런 의식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제로웨이스트와 비거니즘을 내 일상으로 끌어들이면서 가장 큰 변화는 나도 좀 ‘틈’이 생겼다는 것이다. 여기서 틈은 어떤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부족이나 흠이 아니라, ‘여유’다.
지구와 함께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부터는 소비에도 나름의 기준이 생겼다.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진다. ‘정말 필요한가?’, ‘나에게 와서 쓰레기가 되지 않을 것인가?’, ‘이 물건을 사용함으로써 내가 해치게 되는 존재는 없는가?’.
단순히 물건 하나 사는 데에 고민이 늘어났을 뿐인데 재미있게도 살아가는 데 많은 부분에서 틈이 생긴다.
물건이 적어지면서 방의 공간이 넓어지고, 옷장의 숨이 트인다. 공간에 조금 틈이 생겼을 뿐인데 내 마음에 여유가 들어찬다. 무엇이 내게 정말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지 점차 알 수 있게 된다.
또 화장을 하고 지우는 것은 너무 많은 플라스틱에 담긴 물건을 필요로 한다는 것과 더불어 꾸밈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면서 최소한의 화장, 보습을 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만을 하게 되었다. (가끔 눈썹을 그릴 때도 있기는 하다.) 샴푸바는 긴 머리도 짧은 머리도 감을 수 있지만 짧은 머리면 훨씬 감기가 수월하다. 내가 가진 시간에 많은 틈이 생겼다. 외출 준비 1시간이 이제는 10분이면 충분하다.
꾸밈을 덜어내면서 마음에도 틈이 생겼다. 화장은 나를 더 ‘예뻐’ 보이게 하려는 행위. 나를 더 예뻐 보이게 하려면 내가 지금 예쁘지 않은 부분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얼굴을 조목조목 뜯어 살핀다. 눈, 코, 입, 눈썹, 피부, 턱, 광대.
지금은 내 얼굴을 요모조모 구석구석 들여보지 않는다. 그냥 전신거울에 내 모습을 한번 쓱 비추어보는 것. 그게 전부다.
점차 틈이 늘어가는 내 삶이 편안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