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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 Dec 19. 2023

이별을 했다.

이별을 했다. 약 80일간의 시간을 뒤로한 채.

한여름의 소나기 같이 다가와 나를 흠뻑 적셨던 그는 그렇게 떠났다.


정리할 추억이 많지 않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은 아팠다. 2년 정도의 공백을 깨고 시작한 연애였기에, 장거리, 나이 등 내가 완강히도 반대하던 조건들을 깨면서 시작했기에, 꽤 진지한 태도로 미래를 함께 그려가고자 했기에. 이제는 비로소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부푼 마음이 풍선이 터지듯 한순간에 펑 - 사라진 것 같았다.



잠시나마 부풀었던 마음 때문이었을까.

전화번호를 차단해 두었으면서 그의 연락을 기다렸다. 가치관 그리고 대화하는 방식의 차이로 이별을 결정했기에 재회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새벽에 울리는 전화, 혹은 불쑥 연락도 없이 찾아오는 그를 상상하곤 했다. 이건 미련일까, 아쉬움일까. 미움일까. 아니면 치기 어린 자존심일까.



이별과 함께 찾아온 가까운 친구들의 결혼 소식에 괜히 씁쓸해졌다. 원래 비극은 희극 옆에 있을 때 가장 극대화되는 법이니. 결혼을 하는 친구, 결혼을 할 배우자를 소개해주는 친구. 남들은 잘만 하는데, 나만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닌 걸 알면서도, 불쑥불쑥 패배감이 고개를 내밀었다.


만남이 처음, 이별이 끝이라면 끝자락에 서 있는 내게 누군가와의 새로운 시작은 더 멀게만 느껴졌다. 나는 언제쯤, 다시 예쁜 시간을 찾을 수 있을까.


어렵다, 한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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