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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 Feb 12. 2024

노이즈 캔슬링이 필요 없는 공간이 있다면,

망원동 카페 ‘평형’에서

최근 5년을 들어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는, ‘잘 산 템’을 꼽아보라면 단연 에어팟이다. 아니,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탑재한 에어팟 프로.

노이즈 캔슬링은 복잡한 세상 속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에서 발명된 기술이 아닐까 생각했다.

말 그대로 원치 않는 소음은 ‘무효화’한다.

다른 사람을 재촉하는 경적 소리, 나의 마음과 맞지 않는 불편한 대화 혹은 욕설. 그런 것들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해 주었다.

그 어느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내가 선곡한 음악에만 집중하는 순간 마음이 편해지곤 했다.

마치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도심 속 명상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보다 오토바이가 우선시 되는 도시에서 조금은 위험할 수 있기에 보행 시 사용할 땐 주위를 잘 두리번거리며 다녀야 한다.)



노이즈캔슬링이 가장 잘 발휘되는 순간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내가 머무는 공간을 나만의 스타일로 바꿔놓고 싶을 때.

카페에 가서 이것저것 잡일들을 하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느 공간에서 가장 아쉬움을 느끼는 것이 바로 ‘소리’이다.

지나치게 인기가 많아버린 탓에 소음이 남발하거나 공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 나올 때면 맛이 떨어지는 커피를 마실 때보다 훨씬 실망감이 커진다.

완벽한 그림에 있는 옥에 티를 발견한 느낌이랄까. 치명적이진 않지만 자꾸만 그 얼룩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래서 나만의 카페 공간을 갖게 된다면 꼭 소리를 잘 구현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럴 땐 어김없이 내 마음의 안식을 찾아다 줄 노이즈 캔슬링을 찾는다.

지금 이 공간과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하고, 나의 일에 집중한다.



이런 내가 에어팟을 ‘빼고 싶다’(빼도 되겠다가 아니라 빼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공간이 있었는데 바로 망원동 카페 ‘평형’이었다.

마음의 평형을 가져다준다는 이름부터 마음에 드는 이 카페는 인테리어부터 음악까지 그 목적에 온전히 집중하게 했다.

5개 정도의 좌석이 있는 아담한 규모, 화려하지 않은 인테리어, 사장님의 배려가 잔뜩 담긴 메뉴판(메뉴판엔 디저트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 등까지 디테일하게 적혀있다), 그리고 이 공간을 온전히 잘 즐기게 만들어주는 음악까지.

어떤 포스팅에서 MBTI ‘I‘에게 잘 어울리는 공간이라고 표현될 만큼 조용한 공간은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이런 공간인데 노이즈캔슬링이 필요할리가.


언젠가 복잡한 도심 속 안식처가 필요할 때 다시 찾아오면 좋겠다, 싶었다.

꽤 자주 오고 싶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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