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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 Feb 12. 2024

마음의 결이 맞는다는 것

나는 책을 읽으며 필사하는 버릇이 있다.

취준생 시절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다 바닥에 떨어진 자존감을 끌어올리겠다고 관련 책을 여럿 읽기 시작할 때가 처음이었다.

사회의 수많은 시선에 자발적으로 맞서 싸우던 나는 극복해야겠다는 본능적인 직감에 마주하였고, 그 간절함을 담아 펜촉을 꾹꾹 눌러가며 필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나의 필사는 이 문장을 쉬이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간절함이 담겨있다.

온전히 내 것이 되어 내 안에 자리 잡았으면 하는 것이다.


최근 필사를 한가득 해낸 책이 있었는데, 오수영 작가님의 에세이 ‘날마다 작별하는‘이 그것이었다.

평소에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나열하던 생각을 작가님은 정갈한 문장들로 담아내었다. 그것도 나와 완벽히 일치하는 생각들과 함께.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는다고 책을 완독하는 데에 참 오래 걸리는 내가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고 읽어냈으니 (물론 제주도 여행이 가져다준 여유가 빠른 완독에 한몫을 한 건 맞다.),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책이 분명하다.


작가님과 나의 생각이 일치함을 넘어서 마음의 결이 맞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에세이는 글쓴이 자체를 잘 담아내는 좋은 그릇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사소한 표현들부터 생각까지 꽤나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글을 발견한 것은 반가움을 넘어 꽤나 마음을 울렸다.



요즘 유독 이런 감정들을 겪고 있다.

공간, 글귀, 사람. 마음의 결이 맞는 것을 마주할 때 느껴지는 반가움, 혹은 그 이상의 감동.

그 감동은 퀄리티 높은 뮤지컬 작품을 보았을 때 느끼는 감동은 아니었다.

오히려 마음 한 구석의 저릿함이었다.


그게 무엇이라고 이렇게까지나 마음을 울릴까.

지독히도 붐비며 살지만 마음 맞는 사람 하나 찾기 힘든 도시에서 숨 쉴 구멍을 찾아 기쁜 걸까.

홀로서기를 하며 온전히 혼자 힘으로 버텨내야 한다는 생각이 스스로를 꽤나 힘들게 했던 걸까.

혹은 30대에 들어서며 이제는 비슷한 생각을 갖기 힘들어져버린 친구들을 바라보며 겪었던 쓸쓸함의 이면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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