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랑땡이란 단어 자체가 침샘을 자극한다. 종로 먹거리 골목에 들어서면 코를 자극하는 냄새가 퍼진다.
철판 위에 지글지글 기름이 멍석을 깔면 동그랑땡이 신이 나 춤을 춘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빗소리에 동그랑땡의 춤사위가 한층 더 격렬해진다.
격렬한 춤사위에 무심코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목이 잡힌다. 이끌려 들어갔지만 어느새 막걸리 한잔에 동그랑땡이 합을 맞춘다. 지글지글 막 지져낸 동그랑땡 한입 입에 넣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동그랑땡이 싫다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으니 그야말로 '국민 음식' 맞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동그랑땡의 말뜻에 관해 '돈저냐를 달리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육류나 어류를 기름에 지진 음식을 말하는 '저냐'에 엽전의 동그란 모양을 닮아 '돈'을 붙여 '돈저냐'라 한다. 엽전의 동그란 모양과 엽전 떨어지는 소리에서 '동그랑땡'이라 부른다. 참으로 흥미로운 음식의 유래는 음식 이야기에 맛을 더하는 조미료 그 이상이다.
라면처럼 쉽게 해 먹을 수 없는 동그랑땡이기에 간혹 마트에서 선을 보이는 냉동식품을 취해보기도 하지만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냉동식품코너는 통과하고 정육코너로 발걸음을 돌린다. 기다렸다는 듯이 방긋방긋 나를 반긴다. '돼지고기 다짐육'이다. 보통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쓰지만 오늘은 왠지 돼지고기만으로 동그랑땡을 만들어보고 싶다. 돼지고기만으로 느끼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없지 않았지만 돼지고기만의 고소함을 알기에 시도해보고자 함이다.
두 개의 선택이 있다. 돼지고기의 '앞다리 살'과 '뒷다리살' 다짐육이다. 가격은 앞다리 살이 조금 비싸다. 소고기를 섞는 것도 아니기에 '앞다리 살'을 덥석 잡는다. 앞다리살은 뒷다리살 보다 살과 지방의 비율이 좋다. 다이어트는 이미 내일부터다.
동그랑땡에 없어서는 안 될 식재료 중 하나는 '두부'다. 두부를 면포에 물기를 꼭 짜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요즘은 만두용 두부라 하여 이미 수분을 빼낸 두부를 판매한다. 5일장에서 만난 만두용 두부까지 뭔가 장비 빨 완비된 캠퍼처럼 벌써 어깨가 천정에 척 올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