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작가야 Feb 16. 2022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시고요

새들이 새 식구가 되고 싶은가 보다

하루에 한 번은 만나는 새들이 이제는 새 식구 같다. 사람 가족도 하루에 한 번 못 볼 수 있는데 말이다.

늘 같은 생각이지만 우리 집에 오는 새는 부부이며 늘 오는 새가 아닐까 싶다. 할 수 만 있다면 얼굴을 확인하고 '그럼 그렇지 댁들일 줄 알았네' 하고 싶지만 마스크를 써야 하니 제대로 얼굴 도장도 못 찍게 생겼다.



암튼 오늘도 반가운 새 식구들이 제 집 안방 드나들듯 턱 하니 앉아 속삭인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묘하다. 그럼 그렇지 따로 앉아 있던 새들이 어느새 착 달라붙어 앉는다. 아주 코가 닿게 생겼다. 문을 열어도 꿈쩍은커녕 더 달달하게 소곤거린다. 


"어머낫! 여보 쟈들 좀 봐! 이거이 대낮부터 어허~~~~"

홍 집사(남편)도 한 마디 거든다.

"이런 어디 남의 집에 와서 애정행각이여!!!"

 


우리 이야기를 들었는지 언제 그랬냐는 듯 딴청을 피우며 어딘가를 바라본다. 새들의 시선은 같은 곳을 향한다. 부부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잉꼬부부가 확실하다. 대낮에 남의 집에서 부끄러움도 불사하고 애정행각을 벌이고 떨어져서는 같은 곳을 바라보니 말이다.



까치는 암수 구별이 힘들다고 한다. 고개를 떨군 새가 떠날 준비를 하려는 모양이다. 아마도 남편 새가 아닐까 싶다. 남편 새가 채비를 하고 나서니 아내 새도 휘리릭 따라나선다. 



어제보다 꽤 쌀쌀해진 날씨지만 하늘은 눈이 시리게 파랗다. 파란 하늘을 훨훨 날아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니 아마도 새들이 새 식구가 되고 싶은 모양이다. 


홍 집사가 아들과 영통(영상통화) 중 이런다.

"아들~ 아빠가 올해 명절처럼 외로운 적이 없네 그려. 도대체 우리는 언제 손주를 볼까나. 정 안 되겠으면 엄마랑 잘 얘기해서 네 동생이라도 만드는 수밖에 ㅋㅋㅋ"


지난 명절 코로나19로 만나지도 못하는 형제들과 전화통화를 한 홍 집사가 손주 노래를 부른다. 집집이 손주 이야기뿐이니 그럴 만도 하다. 홍 집사의 막내 누나는 곧 둘째 손주를 본단다. 캐나다에 있는 우리 아들은 곧 30을 바라보는데 결혼 생각이 아직 없다니 홍 집사가 안달이다.


"아우 아들 스트레스받아 그만 좀 말해. 명절 결혼 얘기 제일 싫어한다자나 때 되면 하겠지. 손주도 생기고!"  

"손주만 생겨봐 내가 캐나다에 당장 가서 애를 봐줄 텐데!"

"아 뭐래 누구 맘대루 ㅋ아들 며느리가 원해야 하는 거지 ㅋㅋㅋ 당신 애야?"

"아니~~~내가 이제 나이가 몇 갠데... 운제 손주를 보냐구 ㅠㅠㅠ"

"나이가 몇 갠데 그케 떼를 쓰슈 ㅋ 뭔 육십은 육십 아주 6세야 6세 ! 그르니 새들도 흉보고 가잖아."


흠 그러고 보니 새들이 그리 자주 오는 것이 홍 집사의 손주 타령을 아는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아마도...

'새들이 새 식구가 되고 싶은가 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