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작가야 Mar 18. 2022

달래야 미안

전원생활에서 얻은 새로운 감사함

퇴직하면 시골 가서 살자는 홍 집사(남편)의 말에 '가고 싶으면 갈라서고 혼자 가라' 한결같이 말했던 나였다. 시골은 절대 안 간다는 나였다. 그랬던 나의 모습은 지금 이렇다.


"꺅~~~ 좋아도 너~~~ 무 좋다. 여보 나무 냄새 너무 좋지! 와~~~ 물소리가 너무 이쁘당"


인간이 아무리 간사하다 해도 이렇게 간사할 수가 있을까 하지만 뭐 어쩔 수가 없다. 대자연 앞에서 간사하면 어떻고 변덕쟁이면 어떤가 그냥 무장해제가 되는 장면 앞에서 찍소리도 할 수가 없다. 난생처음 본 숲도 계곡도 나무도 아닌 데 이렇게 새로울 수가 없다.



며칠 전 비가 온 덕에 물이 꽤 많다. 가족 여행을 가면 살며시 사라져 혼자 물 멍을 때려 온 가족을 걱정하게 했던 친정엄마 생각이 문득 난다.


"엄마! 말을 하고 갔어야지ㅠ 걱정했잖아!"


알량한 걱정을 온통 생색으로 난리를 피웠다. 욕하면서 닮는다고 이젠 내가 엄마보다 더하다. 물만 보면 환장을 한다.


호수, 연못, 계곡, 강, 바다...



"우와~~~ 쟤는 아직 안 녹았네. 우쭈쭈ㅠㅠㅠ녹기 싫여요~~~ 그럼 더 계시게 ㅋ"


아주 독백까지 생쇼를 한다.



"와~~~ 여보 저기 좀 봐! 얼음 넘 멋있지 않아?"

홍 집사 리엑션 역시 빵이다.

"어디 뭐? 저거?"

"됐고!"



코를 벌렁벌렁 킁킁 나무향이 좋다고 오버를 한다.

"여보~~ 나무 냄새 좀 맡아봐. 좋쥐!"

"숨 쉬고 있다."
"으그 ㅋ"



한결같은 하늘 변화도 한결같다.

한결같은 햇살 변화도 한결같다.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봄은 한결같이 오고 있다.

한결같은 자연이 이렇게도 새로울 수가...


(생강나무)


Y소장님의 지휘 하에 난생처음 달래를 만났다.

"아고야... 아가야 너~~~"

마트에서만 보던 달래를 땅 위에서 이렇게 만나다니 감동이다.

'그 달래가 이 달래 구만' 하면 될 텐데 분명 다르다. 이 녀석은 땅속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사랑스러움은 잠시ㅋ

달래야 미안!

집에 데리고 갈 마음에 가슴이 콩닥콩닥이다.

가슴은 콩닥콩닥 머릿속엔 벌써 뭔가가 휘리릭 지나간다.

뭐긴?

달래전에 한잔?



아니 달래의 신성함도 인정하고 고맙고 기특하고 막 그렇지만 귀하다고 달래를 코팅해서 영구 보존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살살 꼬드겼더니 거센 저항 따윈 없이 순순히 따라온 녀석들.



마트에서 만난 달래는 이렇게 정성스레 씻어본 적이 없는데 허리까지 편찮은 홍 집사가 용을 쓰며 데리고 온 녀석들이니 새끼손톱만 한 녀석들도 다칠세라 안절부절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 했던가 작은 달래 향이 장난 아니다. 온 집안에 봄이 춤을 춘다.

집에 있는 쪽파도 곁들여 최소한의 밀가루로 달래전을 시도하는데 이런!

달래의 눈빛이 날카롭다.


"저저 저기요ㅠㅠㅠ 아니 우리도 비빌 구석이 좀 있어야지 건강 건강하시면서 이거 너무한 거 아녀요!"

'아고야~~~ 달래야 미안ㅠㅠㅠ'



밀가루를 좀 더 넣어 달래 옷을 입혔더니 녀석들 화가 좀 풀렸나 보다.



언젠가 탄수화물, 다이어트 어쩌고 하면서 흰쌀밥을 남겼더니만 함께 식사하던 지인이 농사를 지어보면 '절대 밥을 못 남긴다'는 말에 '아니 내가 왜 남기는지 그리 설명을 했건만' 했었다.


달래를 난생처음 땅에서 만난 날 달래를 갓난아기 다루듯 했다. 그저 농부의 노고를 어필하려 했던 지인의 마음이 이제야 와닿는다. 그러게 뭐든 겪어보지 않고는 어찌 알겠나 싶다.  



자연은 늘 한결같다. 자연의 변화조차 한결같다. 매일 다른 모습도 한결같다.

한결같은 자연을 만나는데 그 한결같음이 늘 새롭다.



달래를 처음 땅 위에서 만난 날 만감이 교차한다. 올림픽대로에서 차막힘에 온통 짜증이 가득 벚꽃의 겨울눈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앞만 보고 달렸던 시간에 종지부를 찍고 크게 한숨 쉬어보니 한결같은 자연인데 매일 새롭게 보인다. 전원에 와서 처음으로 겨울눈을 한참 들여다보며 추운 줄도 모르고 서 있었다. 꽃을 피우기 위한 기나긴 겨울의 여정을 알지 못했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나 보다. 이제 미안함 마음이 하나 둘 감사함으로 채워지는 전원의 일상이다. 달래를 만난 순간의 짜릿함이 이렇게 평범한 일상을 신선하게 하다니 오늘도 감사함 가득이다.


달래야 기왕 미안한 거 앞으로 친구도 좀 소개해줄거쥥!

그 있잖아 왜 냉이양, 쑥 군, 두릅 씨...

달래야 미안!

매거진의 이전글 선물처럼 내린 봄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