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콩트 (31)

거주의 성공

by 최병석

주자 씨는 요즘 살맛이 난다. 결혼초기부터 단칸방을 전전하던 그의 장막에 볕이 들 소망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언감생심으로 분양 중인 새집에 들어갈 생각은 꿈도 못 꾸었다. 가고 싶어도 그저 그림의 떡이었다. 들어가고 싶어도 감당할 능력이 안되었다. 변변한 결혼식도 없이 어렵게 만나 서로 만을 의지하며 삶을 이어온 지 벌써 10년째다. 주자 씨도 그의 아내도 특별히 대학의 문을 가보지도 못했다. 그저 먼발치로 구경만 했을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전공 따윈 없었다. 전공에 맞으면서 적성에도 맞고 체질에 딱 맞는 일을 해 보겠다는 욕심도 이들에겐 사치였다. 그저 정규직이 아니어도 좋으니 일이란 걸 할 수만 있다면 몸부터 밀어 넣었다. 그 몸이 재산이라는 사실에 감사하며 잘 먹고 잘 자고 잘 지내다 보니 벌써 십 년이 지났다. 이제 주자 씨는 쓰리 잡러 가 되었다. 물론 그의 아내도 투잡러다. 주자 씨는 쓰리잡 모두가 화물차를 이용한 택배일이고 캐더링 관련 일이다. 그의 아내는 식당으로 카페로 열심히 뛰었다. 전재산인 몸을 120프로로 가동하는 만큼 경제력도 올라와 주어야 하는데 실상은 달랐다.

이들의 일들은 비정규직의 성격이 짙고 남의 차로 심부름을 하는 수준인지라 움직이는 일의 양에 비해 수입은 적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갖는다는 것도 엄두가 나질 않았다. 아이들에겐 자신들처럼 변변찮은 환경에서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 주자 씨와 그의 아내는 성실하게 번 돈으로 청약저축을 부어왔다. 언젠가는 그래도 한 번 정도는 기회가 올 거라는 기대감으로 살아왔다. 그러다가 기회가 왔다.

최근의 미분양사태로 특전이 주어질 수도 있다는 소식에 주자 씨 부부는 모처럼의 발걸음을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신축아파트의 단지 안은 넓고 쾌적했다. 단칸방에서 지내며

화장실이며 샤워실은 부럽기만 했던 시설물들이었다.

분양사무실의 입주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안녕하세요? 분양문의 때문에 왔는데요"

"아, 네 여기 이쪽으로 오시죠"


그런데 순간 주자 씨의 얼굴에 식은땀이 흐른다. 아침에 급히 먹은 생선에 문제가 있었나 보다. 고개를 돌려 살펴보니 사무실 옆쪽으로 화장실이 보인다.


"저 잠깐 화장실 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천천히 그러나 잽싸게 주자 씨가 발걸음을 옮겼는데 아뿔싸, 화장실 문은 잠겨있었고 여기에 이런 게 붙어 있었다.


"입주 예정자분께서는 지하 1층의 화장실을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허걱쓰, 큰일이다. 세상구경을 하려는 목적과 억누르는 최대한의 자아가 충돌하며 불꽃을 일으킨다. 주자 씨가 무언의 시그널을 그의 아내 쪽에 무심히 던져놓고 냅다 지하로 향했다. 황량한 벌판에 던져진 듯한 화장실을 향한 여정이었다. 그저 막연히 지하 1층에 있을 거라는 생각에 아래로 내려왔지만 안 보인다. 식은땀이 흐르고 흘러 얼음으로 변할 즈음 남녀가 나란히 서 있는 표시가 보인다. 살았다. 이제 억누름의 미학을 벗어버렸다. 과감하고 재빠르게.

그러나 망했다. 휴지걸이에 휴지가 없다. 휴지통도 없는 화장실이다. 갑자기 천지가 새까맣다. 유구무언이다.


그의 아내는 한참을 기다렸다. 집구경을 위해 최대한의 궁금증을 이만큼 길게 빼놓은 채 기다리고 있는데 안 나타난다. 뭔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새록새록 솟구치며 올라와 앉아있는 엉덩이가 불안하기만 하다. 이를 어쩔?


거주자씨와 그의 아내의 거주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