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빗방울/나희덕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
수직으로 흘러내린다
사선을 삼키면서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
흘러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더 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
빗물은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수평선
가끔은 엎질러지기도 하면서
빗물, 다시 사선이다
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순간 사선 위에 깃드는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
뛰어드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
♡시를 들여다보다가
시내버스 안에서 우산도 없이 쏟아지는 빗줄기를 염려하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다. 운전기사는 흘러내리는 시야의 장애물이 번거로워 연신 와이퍼로 닦아내기 바쁠 터였겠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어긋남과 뛰어드는 것들의 비애를 뽑아내고 계셨을 시인님. 버스는 쏟아지는 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달려가야 하고 운전기사는 어찌 되었건 그 비를 지워가며 눈을 부릅뜬 채로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하는데...
시인은 그 찰나의 순간에 사선으로 맹렬히 다가오는 빗줄기를 살피셨다. 그리고는 맹렬한 사선에서 어긋남을 찾으셨다. 게다가 그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에는 흘려내려야
한다는 사실도 확인하셨다. 도대체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사선이며 수직이며 어긋남이며 흘러내림이 다 무언가?
빗물이 창틀에 고여 출렁거리다가 버스의 가고 서는 것에
따라 엎질러지는 빗물이 우리네의 시선이다.
시인은 달랐다. 그것들을 삼키는 어두움과 닦일 것을 알고도
뛰어 들어야만 하는 사선의 비애를 보았다. 그래서 시가 되었다. 이제 버스 안에서의 빗소리는 예사소리가 아니고
뛰어드는 자들의 아픈 소리로 바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