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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성이 Mar 02. 2022

지금, 이 순간

정현종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


반 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눈부신 날들 기다리고 있다고는

말해 줄 수 없지만


빛나는 날들로 기억될 거라고는

말해 줄 수 있다.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아이의

설레는 걸음마다

생에 가장 빛나는 별들이

촘촘히 내려앉길


친구들과 겪어낼 시절의 소란스러움도

혼자서 버텨야 할 자기만의 외로움도

모든 순간이

일생을 견뎌낼 힘이 되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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