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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fa Sep 25. 2022

새벽과 아침 사이

지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으로 돌아가자

나는 겨울에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여름의 열기가 버겁다. 뜨겁고 습한 공기에 몸과 마음이 눌리는 듯하다. 진이 빠진 채 여름을 보냈고 그 끝자락에서 급류를 만났다. 시간에 휩쓸리는 동안 루틴이 많이 깨졌다. 마음의 중심도 지금 내가 아닌, 다가 올 내일 닥칠 '일들'로 옮겨졌다. 서늘한 가을 공기에 재채기를 하며 정신을 차리니 나는 중심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긴 하루를 앞두고 오늘 아침 오랜만에 요가를 했다. 나를 돌보지 않는 사이 근육은 많이 수축돼 있었고 몸 구석구석 조금씩 어긋나 있었다. 일에는 문제가 없었다. 나를 돌보지 않았을 뿐. 무의식적으로 나쁜 자세가 되어가는 것처럼, 누군가 나를 돌봐주길 바라며 수동적이 되었다. 누가 나를 돌봐주나. 허상을 기다리다 보니 배로 지쳤다. 지난 한 달 꿈을 꾸는 것 같다고 했는데 실은 무의식이 활개를 치도록 내버려 두고 있었다. 새벽과 아침의 경계는 하늘의 색만큼 모호하지만 나는 지금 그 지점에 와 있는 것 같다.


아침을 맞이하자. 나는 기분을 풀기 위해 한강을 찾던 사람이다. 나는 훌쩍 떠나 쉴 줄 알던 사람이다. 나는 집과 일터와 학교를 벗어나 세심하게 만들어진 공간을 온전히 느끼던 사람이다. 나는 마음 편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기운을 내던 사람이다. 나는 자기 전 아이와 나란히 누워 책을 읽으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다. 지금이라는 순간, 그때의 감각과 마음을 가운데 두고 살던 깨어 있는 시간으로 돌아가자. 누구도 아침을 내 앞에 가져다주지 않는다. 나는 내가 책임지고 돌본다는 마음으로 무의식의 새벽에서 깨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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