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화두 돌아보기
요즘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멘토링하는 티처스 같은 프로그램이나 본인의 음악이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도록 몸이 부서져라 노력하는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계속 찾아본다. 왜일까? 대학원을 졸업하고 창업을 공표한 뒤 아이를 돌보지 않는 시간에는 50도의 온도로 평일, 주말, 공휴일 가리지 않고 일에 매달려 있었다. 계약을 할 듯 말 듯, 길을 알 듯 말듯한 불안 때문에 온 힘을 다하지도 못한 채 손에 힘을 놓지 못했다. 그래서 명확한 목표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만난 단어 '화두'. 화두는 내가 풀고자 하는 하나의 문제다. 어떤 우여곡절 속에서도 놓지 않는 끈이다. 내게 화두가 있기는 했던 걸까? 짧게 보면 그때 주어진 과제를 잘 해내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해서 짧은 호흡으로 열심히 과제를 해냈던 것 같다. 하지만 화두는 좀 더 긴 호흡으로, 주도권을 가지고 풀어내고자 하는 일이다.
올해 상반기의 화두가 졸업 논문이라고 생각했다. 논문을 즐겁게 잘 쓰려는 마음이 유지되었다면 화두였을 수 있다. 하지만 어느새 논문은 그저 완성하는데 시간이 평소보다 오래 걸리는 과제가 되어버렸다. 잠은 잠대로 못 자고 생체리듬이 깨져서 쓰느라 찐 살은 임신하며 찐 살을 뺄 때와 달리 빠지지도 않는다... 그렇게 불태웠는데도 화두를 푸는데 몰입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하반기는 화두 없이 떠돌아다녔다. 파스스한 가루 상태의 나를 다시 주워 담으면서 지냈다. 대학원을 다닐 땐 정글을 헤치는 기분이었는데, 졸업과 동시에 정글이 끝나고 사막이 펼쳐지는 기분이었다. 매번 직원으로 회사생활을 하다가 처음으로 창업을 하며 모래 구덩이를 하염없이 파보기도 하고, 그러다 지쳐 널브러져 있기도 했다. 반년 동안 애매하게 방황했다면 이제는 화두를 되찾을 시간이다.
길게 보면 나의 화두는 '잘 해내는 사람'이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고 나서는 좋은 디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디자인을 문제없이 예산 안에서 실현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노력했다. 그런 고민 속에서 찾은 해법들을 시스템으로 만들고 싶다. 나뿐 아니라 의욕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활용해서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이것이 나의 개인적 화두라면 인테리어 회사의 대표로는 다른 화두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단순히 '저 열심히 해요'로는 계약을 맺기 부족했다. 같은 업계의 다른 회사와 우리는 어떻게 다른지, 우리와 일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차별화된 브랜드가 필요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