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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띵뉴 Sep 24. 2024

인생은 연극이고 우리는 무대 위에서 울고 웃고 노래하고

내가 연극을 좋아하고 계속 무대에 오르는 이유


인생은 신기하다. 유한해서 아름답다. 삶이 유한하지 않았더라면, 무한했더라면 그건 삶이 아니라 저주였을 거다. 늘 차고 넘치고 부족하지 않아서 가치가 사라지고 낭비되었겠지.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지고 열정을 알지 못하고 의미나 신념을 추구하는 재미도 없었을 거다. 언제나 늘 주어지니까.


그래서 감사하다. 우리가 언젠가 죽는다는 것에. 마침표 찍고 문 닫고 나갈 수 있단 것에. 죽음보다 거대한 게 이 삶에서 아무것도 없어서 맘만 먹으면 언제든 용기 낼 수 있다는 것에. 죽음이 있어서 사랑이 생겨날 수 있었다. 소중함을 배우고 욕망을 품고 슬퍼할 수 있게 됐다. 죽음으로 우리 삶이 풍성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나에게 죽음은 여전히 먼 이야기다. 분명 부모님과 함께일 수 있는 시간이 길게 잡아도 40년 정도, 현실적으로 2, 30년일 텐데 난 자꾸 그걸 잊어버린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도 분명 끝이 있는데 난 매 순간을 낭비한다. 어리석게도 모든 게 영원할 것처럼 군다. 모든 게 늘 그대로 내 곁에 있을 듯 당연하게 군다. 당연한 게 아닌데.


그래서 웃기게도 무대에 서 있는 순간이 내 인생에서 굉장히 인상 깊은 순간들이다. 망하든 잘하든 간에 무대에서 움직이는 매순간순간 살아있으려는 태도로 시간을 쓰기 때문이다. 연극이 끝나기 전까지 시공간이 날 스쳐가는 느낌이 너무나 명확하게 내 안에 남아서 유한한 그 시간을 최선을 다해 잘 보내고자 마음먹는다.




어찌 보면 연극이 탄생과 죽음의 작은 축소판 같기도 하다. 내 삶은 이제 막 1막이 끝났으려나 일단 난 장수가 목표고, 계산기 두드려보니 이제 2막 초입인 듯하다. 늘 끝을 염두하며 하루하루 나에게 제일 소중하고 중요한 것들에 시간을 쏟으며 살고 싶다. 가족, 친구, 일과 독서, 건강과 여유, 꿈과 보람, 그리고 사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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