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극을 좋아하고 계속 무대에 오르는 이유
인생은 신기하다. 유한해서 아름답다. 삶이 유한하지 않았더라면, 무한했더라면 그건 삶이 아니라 저주였을 거다. 늘 차고 넘치고 부족하지 않아서 가치가 사라지고 낭비되었겠지.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지고 열정을 알지 못하고 의미나 신념을 추구하는 재미도 없었을 거다. 언제나 늘 주어지니까.
그래서 감사하다. 우리가 언젠가 죽는다는 것에. 마침표 찍고 문 닫고 나갈 수 있단 것에. 죽음보다 거대한 게 이 삶에서 아무것도 없어서 맘만 먹으면 언제든 용기 낼 수 있다는 것에. 죽음이 있어서 사랑이 생겨날 수 있었다. 소중함을 배우고 욕망을 품고 슬퍼할 수 있게 됐다. 죽음으로 우리 삶이 풍성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나에게 죽음은 여전히 먼 이야기다. 분명 부모님과 함께일 수 있는 시간이 길게 잡아도 40년 정도, 현실적으로 2, 30년일 텐데 난 자꾸 그걸 잊어버린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도 분명 끝이 있는데 난 매 순간을 낭비한다. 어리석게도 모든 게 영원할 것처럼 군다. 모든 게 늘 그대로 내 곁에 있을 듯 당연하게 군다. 당연한 게 아닌데.
그래서 웃기게도 무대에 서 있는 순간이 내 인생에서 굉장히 인상 깊은 순간들이다. 망하든 잘하든 간에 무대에서 움직이는 매순간순간 살아있으려는 태도로 시간을 쓰기 때문이다. 연극이 끝나기 전까지 시공간이 날 스쳐가는 느낌이 너무나 명확하게 내 안에 남아서 유한한 그 시간을 최선을 다해 잘 보내고자 마음먹는다.
어찌 보면 연극이 탄생과 죽음의 작은 축소판 같기도 하다. 내 삶은 이제 막 1막이 끝났으려나 일단 난 장수가 목표고, 계산기 두드려보니 이제 2막 초입인 듯하다. 늘 끝을 염두하며 하루하루 나에게 제일 소중하고 중요한 것들에 시간을 쏟으며 살고 싶다. 가족, 친구, 일과 독서, 건강과 여유, 꿈과 보람, 그리고 사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