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캔 두잇
난 어렸을 때부터 어떤 것에 당첨이 잘 됐다. 기억도 안나는 곳에서 배달된 선물이 집에 도착하기도 하고, 지금까지 언뜻 기억나는 것 중 굵직한 것은 핸드폰, 제주도, 괌 여행이었다. 진짜로 10원도 내지 않고 괌에 다녀온 적이 있다. 가장 최근 대박이 터진 것은 주택청약에 당첨된 것. 그 당시 아이도 없어서 가점이 붙을 것이 없었는데도 이른바 로또 청약에 당첨이 되어서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지금도 내 핸드폰에는 이벤트 당첨으로 받은 두세 개의 기프티콘은 늘 여유롭게 저장되어 있다.
주변 사람들은 너는 대체 어떻게 그런 게 당첨이 잘 되냐고, 운도 좋다고 한다. 물론 내가 운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당첨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역으로 물어보면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이 있다.
"뭘 응모했는데?"
나는 진짜 응모를 열심히 한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 싫은데 억지로 한다기보다는 그냥 응모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마트에서 영수증을 받거나 지나가다 광고판에서 보거나, 아니면 인터넷 배너에서 oo퀴즈 푸시면 선물드려요~! 하는 것들을 웬만하면 지나치지 않고 한다. 물론 고등학생 때는 하고 싶은 건 많고 돈은 한정되어있으니 돈 때문에 시작하게 된 것은 맞다. 그때 당시 경품정보를 한데 모아서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를 우연히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정보를 얻으며 경품에 응모했다. 그때의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꾸준히 응모를 한다. 딱 한번 응모한 사람과 50번 응모한 나. 이 둘을 비교했을 때는 내가 더 승산이 있지 않겠는가.
로또를 사지 않고 결과가 나온 날 당첨금액과 로또 당첨점만 보고 거주지역 근처면 '아이고 저게 내 거였어야 했는데'라고 안타까워하면 로또에 당첨될 수가 없다. 로또에 당첨되고 싶으면 로또를 사는 것!! 그것이 바로 당첨운이 있게 만드는 방법이다.
나는 소소하게 복권을 사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제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직장에 다닐 때는 화가 너무 날 때마다 다른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러 가지만 천 원씩 복권을 샀다. 연금복권을 주로 샀었다. 네가... 나를 이곳에서 구출할 수 있는 희망이야..라고 하면서.
최근에 나의 로망을 하나 실현한 적이 있다.
나는 늘 스피또라는 긁는 복권을 원 없이 쌓아놓고 긁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실행해 보았다.
스피또 2000원짜리 46장을 구매했다.
1000원짜리로 하려고 했다가 출고율을 보니 1등이 아직 한 명도 나오지 않아 2000원짜리로 구매했다.
(아, 참고로 1인당 1일 복권 구매 한도는 10만 원이다)
복권 구매처에 물어보니 10원짜리로 긁는 것이 가장 잘 긁힌다며 10원짜리 동전 하나를 선물로 주셨다.
카페에 앉아서 심호흡을 하며 내가 10억에 당첨되면 어떻게 하지 플랜을 가동하며 열심히 긁었다.
생각보다 찌꺼기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고 하여 실제로 긁을 때는 밑에 휴지를 대고 긁었다.
결과는 9만 원 투자해서 46000원을 회수했다. 46000원으로 맛있는 한 끼를 먹을까 하다가 일단 시작한 거 더 고고!! 를 외치며 다음 날 나머지를 싹 다 스피또를 구매했다.
결론적으로는 계속 반토막이 나며 원금은 사라졌다.
흔한 결말이지만 그래도 긁는 동안 너무 행복했다.
이게 로또랑 다르게 결과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으니까 긁는 내내 행복 회로 풀가동하니 혼자서 행복지수 만렙을 찍을 수 있었다.
나는 앞으로도 꾸준히 복권을 살 것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당첨이 될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