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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소신 Dec 15. 2021

너 같은 애들이 제일 먼저 애 낳더라

딩크족이 육아를...

나는 '너 같은 애들이 제일 먼저 애 낳더라'에서 '너'를 담당하고 있다. 확고한 비혼까지는 아니더라도 확고한 딩크족이었다. 결혼할 남자가 생기면 하고 없음 말지 뭐. 대신 애는 절대 안 낳아야지. 나에게는 딩크를 해야 할 너무나도 많은 타당한 이유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어떻게 애를 키워? 였다. 나는 도저히 우리 엄마처럼 나를 키울 자신이 없었다. 이 세상이 꼭 태어나서 봐야 할 만큼 아름답거나 인류애가 넘쳐서 흐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아이의 의중을 묻지도 않고 태어나게 해서 한 평생을 살아가야 하나? 싶었다. 자식이 없으면 부부 사이에 연결 끈이 없어서 안된다는 말에도 '아이가 없다고 연결끈이 없어서 위태해질 정도면 사랑이 끝났나 보네. 서로의 새 출발을 위해 놔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지금의 남편을 소개팅으로 만났다. 소개팅 자리에서 '이 남자랑 결혼을 할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왔다. 바로 교제를 시작하게 되었고 남편의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결혼 얘기가 나왔다. 사귄 지 보름 정도 됐을 때 남편을 앉혀놓고 나의 생각을 말했다. 

내가 볼 때 우리는 왠지 결혼을 하게 될 것 같은데 나는 딩크족이다. 만약 너는 결혼을 해서 꼭 자식을 낳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면 더 정들기 전에 지금 헤어지자 라고. 헤어짐을 무기로 협박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가치관에 동의를 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더 깊이 교제하게 되는 것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당시에 쿨하게 애 없이 살지 뭐~ 괜찮아 라고 했고 우리는 교제를 이어갔다. 앞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완전 초고속으로 결혼 준비를 진행했다. 그전까지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 남자와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가 남편과 긴긴 대화를 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애를 낳자고. 나의 자신 없음과 불안 때문에 애를 낳지 않기로 결심했었는데, 이 남자와 함께라면 애를 낳아도 키울 수 있겠다 라는 자신감이 생겼었다. 


그러나 내 주변 지인들의 경험으로 인해 아이는 그렇게 쉽게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조건 빨리 낳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심혈을 기울여서 늦게 낳아야 하지도 않는다. 어차피 생기는 것 자체도 힘든데 생기면 그때 낳지 뭐.라고 했는데... 결혼생활 두 달 도 안되어서 아이가 찾아왔다.


내 주변에서는 정말 말 그대로 애 안 낳는다고 하는 사람이 제일 먼저 빨리 낳게 되었다고 놀렸다. 넌 그럴 줄 알았다고. 나는 그래서 나의 과거 딩크족 발언을 후회한다. 나 때문에 진짜로 딩크 삶을 이어가는 사람이 싸잡아서 나를 빌미로 '너도 두고 보자'는 식으로 놀림당할까 봐 그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다. 


낳아보니 좋다 너도 꼭 낳아라 라고 하지는 않는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힘듦은 내가 미혼일 때 예상했던 것보다 더 힘들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주까지 넘어서 힘든 점이 있다. 지금이야 사람답게 살지만 신생아 시절에는 인간의 기본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니 힘들었다. 그러나 반대로 아이로 인해 느낄 수 있는 행복함 또한 레벨이 다르다. 나랑 남편이 이렇게 까지 깔깔대며 행복해한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행복하다. 아이가 주는 행복과 기쁨은 그전에 내가 겪어보지 못한 어나더 레벨이다. 


결혼과 아이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들은 특히 나에게 고민을 상담하곤 한다. 그렇게 아이를 안 낳겠다고 했다가 낳으니 어때? 어떨 것 같아?라는 대답에 나는 늘 이렇게 대답한다. 너의 정답은 나도 잘 모르지만 나는 다시 태어나도 꼭 우리 아기 낳을 거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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