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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미아 Aug 17. 2021

로마 (Roma, 2018)

#영화리뷰 #넷플릭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흑백이미지 속에서 유난히 눈에 들어오던 저 노란색 글씨.



    최근에 시작한 영화리뷰 겸 친목스터디, '서울 키노 클럽'의 모임이 어제 있었다. 이야기하고만 끝내는 것이 아쉬워 남기는 리뷰. 그리고 영화 '로마'가 그 첫번째 영화다.(사실 두번째지만).  두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그리고 쿠아론 감독 특유의 롱테이크씬으로 인해 왠지 모르게 길고 지루한 감이 있었다. 그렇지만서도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들, 메세지가 많은 영화였다. 단순히 보고 이해하는 것이 어렵고, 사실 해석하는 것도 쉽지 않았으나, 강렬한 이 느낌을 남겨두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그냥 떠오르는 생각들만 나열해보았다.





1. '잘 안될꺼야'


    클레오는 임신을 했다. 페르민은 임신소식을 듣고 그자리를 떠나버렸지만, 어찌되었든 클레오는 뱃속의 아이와 함께 그대로 남아있다. 그런 그녀의 미래가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암시들이  중간중간 보인다.


    먼저, 부인과에서 첫 진료를 받고나서 신생아실을 구경하러 간 순간, 지진이 발생해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이었다. 간호사들이 아기들을 대피시키는 와중에, 카메라는 인큐베이터 덕분에 천장구조물에 깔려죽지 않고 살아남은 한 신생아를 보여줬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씬은 묘지에 꽂힌 십자가들이었다.  사실 이 장면이 그런 암시일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었다. 하지만, 새해를 기념하는 축하주를 마시려던 순간 클레오의 잔이 깨지던 씬에서는 명확하게 느껴졌다.  ‘아 불길하다’.  결국 그녀의 아기는 유산되었다. 그리고 클레오도 가라앉았다. 


    불길한 예감은 왜인지 항상 틀린적이 없다. 클레오도 분명 다가오는 불행이 느껴졌을 것이다. '잘 안될꺼야.' '지금의 이 세상에서 너와 네 아이는 살아가기 쉽지 않을 꺼야.' 라는 식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봤다. 왜 우리의 본능은 행복보다 불행의 접근에 더 곤두서는 걸까. 무수히 지나온 행복의 경험보다 왜 불행의 경험에 집착하게 되는 걸까. 나를 웃게하는 것이 10이고, 나를 괴롭히는 것이 3정도일 뿐이어도, 왜 후자에 집착하고, 굳이 굳이 다가가 상처받고, 상처받다가 무던해지기도, 혹은 끝없이 가라앉기도 하는 걸까. 




2. ‘삶’과 ‘죽음’ 


    클레오가 뱃속에 있는 아기를 위한 침대를 사러간 곳에서 시위 중 도망친 어느 커플은 죽임을 당한다.  또, 소피와 파코가 바다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했을때, 클레오는 비록 수영을 못하지만, 아이들을 살리겠다는 생각하나로 그들을 물에서 건져내오기도 했다.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는 그 순간에 어느 누군가는 죽음을 맞고, 거진 딛을뻔한 죽음의 문턱에서 삶으로 되돌아 왔다. 로마는 이런식의 삶과 죽음이라는 코드의 병치를 담고있다. 


    문득 나는 삶과 죽음이 동시에 혼재하는 그 순간이, 새삼스럽지만, 아니러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네 삶이 아닌가. 그 순간을 직접 겪어보지 못했지만 어쩌면 겪게 될, 인생의 과정일 것이다. 정반대의 성질인 '삶'과 '죽음'이 혼재되고 병치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환'의 원리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순환'이 잔인하게 느껴지는 걸 어떡하나.


    그리고,  다른 형태의 죽음도 있다. 영화 초반, 클레오는 옥상에서 빨래를 하고 있고, 막냉이 페페가 옥상에 올라와 형이랑 놀다가 드러눕고서는 하는 말은,


“No puedo, estoy muerto” (나는 죽어서 말을 못해) 

그러자 클레오도 함께 누워 페페에게 말했다. 

“Me gusta estar muerte” (페페, 죽어있는 것도 괜찮네)


이다. 

    실제로 후반으로 갈 수록 클레오는 말을 잃는다. 물론 클레오가 물리적으로는 죽은 것은 아니지만, 죽은 것일 수도 있다. 일련의 사건들이 그녀의 마음과 내면의 영혼을 삼켜버린 듯 했으니까. 죽지않았지만 살아 있는 것도 아닌 그런 상태. 그런 클레오가 마지막에는 / '나는 그 아이를 원치 않았어요.' / 라며 속으로 삼키고 삼키던 말을 뱉는다.  유산 후 말이 줄어든 이유가 어쩌면 클레오는 사람들과 말을 하다보면 이런 진심이 튀어나올까봐, 그리고 그녀도 모르게 튀어나온 진심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어서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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