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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어려운 MZ세대 신조어

꼰대 임원이 바라본 MZ사원

by 선호

젊은 사원들하고 회식 또는 티타임을 하다 보면 가끔은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젊은 MZ사원들이 대화 중 신조어를 사용할 경우, 너무나 생소한 단어라 추정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사원들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보지 못한다.

왠지 모른다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진 꼰대처럼 비칠까 봐 모르면서 이해한 것처럼 반응한다.

최근 들어 너무 많은 신조어 및 축약어로 인해 나를 포함한 기성세대는 젊은 친구들과 대화 시에 이처럼 난처한 경우가 발생한다.


물론 과거부터 신조어는 시대적으로 존재했다.

개인적으로 90년대 대학생 시절을 보냈던 X세대로, 그 당시에도 다양한 신조어를 활용했었다.

강남의 부유층 자제들로 호화스러운 소비를 하는 '오렌지족'을 포함해서, 부모님의 고급차를 타면서 길거리에서 헌팅을 하는 '야타족'이라는 단어가 대표적이다.

보편적 대화 속의 일반 단어에서도 '깜놀', '왕따', '방가', '하이루'와 같은 신조어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엄청난 양의 신조어가 탄생하지는 않았다.

이처럼 과거보다 훨씬 많은 신조어가 탄생하는 것은 디지털시대에 접어들면서 정보에 노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신조어의 등장 및 확산의 속도가 훨씬 빠르게 접목되는 환경 때문 일 것이다.

신조어사전 책표지(YES24)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직장 내 기성세대는 좀 더 젊은 신세대와의 원활한 소통 및 관계를 지속하고자 신조어와 축약어를 별도로 찾아보고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신조어 관련 책까지 출판되고 있다.


기성세대의 이러한 보이지 않는 노력은 MZ세대 직원과의 소통 단절을 극복해 보려는 의지이기는 하나, 어딘가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

스스로 꼰대의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과도할 정도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 같다.

물론 신조어는 다양한 SNS 등의 디지털 환경 속 트렌드이기에 알아두면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노력만으로는 상호 간의 소통과 공감이 원활하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MZ세대도 기존의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며 노력함으로써 진정한 공감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이것이 시너지로 발현되는 것이다.


특히 직장 내 공간에서는 더욱 그렇다.

왜냐하면 직장 업무 중에는 신조어와 축약어가 활용되는 언어가 아니다.

실용성과 트렌드를 반영한다고 보고서 및 품의서에 사용하면 난처한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공식적 회의자리에서 불필요한 신조어를 사용하는 것은 예의에 벗어나는 것으로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 수 있다.

직장 내 회의나 문서작성에서는 제대로 된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이 기준이다.


최근 입사하는 신입사원들은 인터넷과 모바일에 익숙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라난 MZ세대라 언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상물도 짧고 간결한 콘텐츠를 즐긴다.

이러다 보니 틱톡과 유튜브 등에서도 짧은 영상과 텍스트가 대세이다.

콘텐츠가 좀만 길면 보지도 읽지도 않고 거른다. 짧은 콘텐츠에만 익숙해지다 보니 MZ세대들은 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점점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긴 글보다 분량이 짧은 숏폼형태의 영상매체를 선호하는 MZ세대의 특성은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발표한 제4차 성인 문해 능력 조사 결과, 국내 성인 146만 명(3.3%)은 기본적인 읽기/쓰기/셈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비문해’ 성인이었다.

문해능력 수준 1에 해당하는 것으로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을 의미한다.

기본적인 읽기/쓰기/셈하기는 가능하지만 일상생활에서의 활용이 미흡한 초등학교 3~6학년 수준 2도 231만 3000명(5.2%)으로 발표되었다.


이런 문제는 실제 생활환경 속에서도 웃지 못할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몇 년 전 한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사과문으로 예약 과정에 불편을 끼쳐 심심한 사과 말씀을 드린다는 내용을 보고 '심심한'의 뜻을 이해 못 하고 달린 댓글이 사회에 큰 이슈가 되었다.

"진심 어린 사과도 아니고 무슨 심심한 사과?" "심심한 사과라니 난 하나도 안 심심하다."

'심심한'을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으로 뜻을 잘못 이해하고 댓글을 달은 것이다.


젊은 세대가 기존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오늘을 뜻하는 '금일'을 금요일로 이해하거나, 3일을 뜻하는 '사흘'을 4일로,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뜻의 '고지식하다'는 지식수준이 높다는 것인 줄 알았다는 사연도 있다.


직장 내에서 이런 문해력과 문장력 이슈는 일상생활 속보다 더 큰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MZ세대들의 국어능력 등이 이전세대보다 떨어져서 업무적응 속도가 느리고, 이에 따라 본격적 현장 투입도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MZ세대 직원의 국어 능력(사람인, 2020년)

구인구직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191개사를 대상으로 ‘MZ세대 직원의 국어 능력’을 조사한 결과, 56.5%가 이들의 국어 능력이 이전 세대보다 ‘부족하다’고 답했다.


이전 세대에 비해 부족한 국어 능력으로는 절반 이상이 ‘어휘력’(55.6%)을 꼽았고, 다음으로 ‘맞춤법’(41.7%), ‘경청 태도’(40.7%), ‘작문 능력’(36.1%), ‘말하기/듣기 능력’(31.5%), ‘논리력’(27.8%), ‘독해력’(18.5%) 등의 순이었다.

이와 연관하여 업무와 관련된 국어 능력 중 MZ세대가 가장 부족한 부분으로는 ‘보고서/기획안 등 문서 작성 능력’(52.8%)이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구두 보고 및 이해 능력’(46.3%), ‘이메일 등 텍스트 소통 능력’(35.2%), ‘전화 커뮤니케이션 능력’(31.5%), ‘회의·토론 능력’(29.6%) 등을 들었다.
심지어 이들 기업의 42.6%는 신입사원 채용에 국어능력 시험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까지 할 정도이다.


이처럼 직장 내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와는 다르게 신조어에 익숙한 MZ세대들이 반대로 표준어와 문해력/문장력 등의 이슈로 조직 내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기성세대가 MZ세대와 좀 더 친근하게 소통과 공감을 하기 위해 신조어 등을 알고자 하는 노력처럼, MZ세대도 향후 직장생활을 포함한 사회생활을 빠르게 적응하며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표준어 및 문장을 이해하고 작성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려면 단순히 오락적 즐거움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짧은 콘텐츠에서 벗어나, 책을 통한 장문의 글을 읽고 인문학적 지식을 이해하는 노력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습관과 학습은 MZ세대의 개인의 역량을 높이고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데 정말 필요하다.

처음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좋은 이미지의 포지션닝은 앞으로 직장생활을 더 잘 만들어가는데 보탬이 된다.

미팅 등에서 첫인상이 중요하듯이 직장생활에서도 보고서 및 기획서 등을 통한 첫 이미지가 매우 중요하다.


직장 초년생들은 비슷한 연배의 동료 간 역량차이가 아주 크지 않다.

사전에 준비하고 연습한 작은 차이의 역량이 미래에 엄청 다른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MZ세대도 트렌드 한 신조어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를 이해하고 그들의 기존문화를 좀 더 이해하고 습득한다면 더 나은 직장생활 및 더 멋진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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