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임원이 바라본 MZ사원
20여 년 전만 해도 회식은 '소통을 위한 장'을 넘어 개인의 인맥을 확대하고, 회사 내 성공을 위한 지름길의 한축이었다. 그때까지도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해서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연고주의(緣故主義)가 조직 내 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다. 회식도 인맥을 강화하는데 중요한 요소였다.
개인적으로 신입사원 시절 회식을 회고해 보면, 리더와 선배들은 회식을 통해 술을 사주는 자리를 만들고, 거기서 후배들의 충성심을 끌어올렸다. 그래서 건배사도 공감, 단합과 다짐이 주류를 이뤘다. "우리들의 영원한 결속을 위하여...", "조국과 회사를 위하여...", "우리의 성공적 단합을 위하여..."
이런 활동은 사무실까지 연장되어 선배가 후배를 '밀어주고 끌어주는' 문화로 이어졌다. 그렇게 형성된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사람들을 주위에 포진시키고 일을 수행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조직이나 사회적으로는 부정부패를 늘리는 잘못된 한국 사회의 집단주의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조직 내에서 '정치력'보다는 개인의 업무 능력이 중요한 시대로 변화하고 있고, 그로 인해 회식도 과거만큼 중요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해오면서 바라본 회식은 부정적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긍정적 측면도 매우 많다.
대한민국은 외국에서 볼 수 없는 '정(情)의 문화'가 존재한다. '정'을 통해서 상대를 아껴주고 걱정해 주며, 관심과 이해, 배려를 보여주는 행동적 특징을 보여주고, 허물이 없어져 서로를 편하게 대할 수 있게 한다.
'정'의 문화는 조직 내 상호 간 배려와 이해를 통해 단결과 시너지를 창출하게 만들어 준다.
여기에 회식은 조직 내 신바람 문화를 추가하는 중요한 가교역할을 한다.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주의 팽배한 외국계 기업에서 볼 수 없는 한국만의 긍정적인 기업 문화인 것이다.
본부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회식은 조직 분위기와 협업을 이끌어내는데 많은 역할을 해 주었다. 다만, '젊은 신입사원과 MZ세대들이 부담이 되지 않을까?' 마음속에 부담도 있었다. 때로는 이런 생각으로 편안한 자리에서 그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물어볼 때가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MZ세대들도 회식에 대해 긍정적 의식을 가지고 있다. 실제 조직별 회식을 진행해 보면 대다수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심지어 과장급 이상 간부만 대상으로 한다고 하면, 본인들도 함께 할 수 있는지 의견을 제시하는 친구들도 있다.
MZ세대들의 회식이 업무의 연장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 같다. 그들도 회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술도 싫은 게 아니다. 다만, 과거와 같이 술을 강요하고 건배사를 요구하는 경직된 전통적인 회식 문화가 싫은 것뿐이고, 늦게 이어지는 2, 3차 문화가 싫은 것이다.
회식 중 MZ사원들에게 가볍게 회식을 하는 것에 대해 물어보면 그들의 답변은 "사실 업무시간에 본부장님과 대면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이런 자리를 통해 본부장님 생각과 자유롭게 대화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좀 더 친숙해질 수 있어서 다음부터는 자리로 찾아뵙는 것도 불편할 것 같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다만, 조금의 요구사항은 있다. 그들만의 세계와 어울리는 공간과 음식, 그리고 문화를 원한다. 이미 잘 알려진 '회식문화 119'와 같이 1가지 술로, 자리는 1차까지만, 9시 전에 끝나는 술자리를 바란다.
여기에 그들과 어울리는 음식과 분위기가 가끔은 필요하다.
과거처럼 매번 사무실에 인근에 있는 삼겹살, 보쌈과 같은 고깃집, 횟집 등이 아니라, 때로는 최근에 핫하거나 분위기 있는 장소에서 좀 더 세련된 주류를 마시길 희망한다. 반복되는 회식 메뉴는 좀 지겹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회식문화 119'는 어느 정도 잘 지켜왔던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공간과 음식을 따라 하기란 여간 불편하다. 나이를 들었다는 핑계로 회식장소가 멀어지면 이동하는 것이 영~~~ 싫다. 거기에 조금은 과할 정도의 젊은 사람 중심의 분위기는 어색함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일단 그런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대화가 안 되고, 그룹이 함께 즐기기보다는 개별적인 대화로 진행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이점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런 문화는 나뿐만 아니라, 아직까지도 현실적 조직 사회 속에서 잘 접목되지 않는 것 같다. 우리가 항상 접하는 드라마, 영화 속에도 조직 내 회식 장소와 메뉴는 보편적으로 고깃집이 표현되고 있는 것이 이런 사실의 증거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최근에 인기리에 방영된 '나의 완벽한 비서', '미녀와 순정남', '대행사' 등에서도 직장 내 회식장소는 모두 고깃집이다.
이처럼 회식에 대한 장소와 메뉴는 과거와 크게 변화 없이 지속되고 있다. 사실 이런 모습이 드라마 속에서 보일 때 MZ세대들도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이 생각하는 문화는 아마 개인 간의 모임과 만남 속에서 변화한 것이지, 크게 조직 내에 요구하는 사항은 아닐지 모르겠다.
결국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처럼 항상 그들이 원하는 방식의 공간과 메뉴가 아니라, 가끔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을 바랄 뿐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너무 과할 정도로 기성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사회적으로 지나치게 MZ세대의 문화를 언급함으로써, 오히려 이런 것이 세대 구분과 사내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아닌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또한, 이런 과도한 생각은 많은 기성세대에게 MZ세대의 부정적 시선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의 워라밸만 요구', ‘능력은 부족한데 성과 보상만 강조’, ‘자기중심적이고 사회성이 부족’ 등의 표현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MZ세대의 이해하려는 생각이 오히려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며, 조직 내 화합과 시너지를 방해하는 장벽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MZ세대는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받기를 원한다. 한편으로 조직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소속감과 상하 간 구성원 간 친목이 증대되는 것도 희망한다. 다만, 가끔은 새로움을 추구하고 싶은 거다. "원래 회식은 이런 거야"라고 무조건 수용하고 싶지가 않을 뿐이다.
때로는 그들이 원하는 장소와 메뉴가 선정되기를 바라는 작은 욕심정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끔씩 리더는 구성원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상의하고 결정해서, 모두가 지속적으로 만족하는 건강한 회식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