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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 yoon Jul 31. 2023

부모의 태도와 자식의 미래

부모의 태도를 보면 자식의 미래가 보인다

어떤 관계든 자기중심적이면 위태롭다.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에서 그 현상은 더 또렷하고 선명하게 나타난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서 영원히 평행선을 그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짚어보면 슬프게도 아버지의 자기중심적 태도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얼마 전 지인의 답답한 속내를 듣고, 며칠 동안 머릿속을 뱅글뱅글 맴돌고 있는 세상에서 제일 풀기 힘든 과제를 펼쳐본다. 나조차 늘 헤매고 있는 문제지만, 피할 수도 그렇다고 무시하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부모이기 때문에.



# 아버지의 이야기

평생 식당을 경영하며 오직 일과 담배 밖에 몰랐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눈 뜨면 마트에 들러 장을 봐 식당에 도착한다. 직원들이 출근하기 시작하면 청소와 함께 그날의 일과도 시작된다. 주차장을 쓸고, 화분을 돌보고 손님 맞을 준비를 분주히 하다 보면 식당의 영업시간을 맞이한다. 정신없는 점심 영업을 끝내고 한숨 돌릴 겨를도 없이 저녁 영업 준비를 하고, 은행업무며 소소한 일들을 처리한다. 삼시세끼 식당에서 밥을 다 챙겨 먹으니 집에서는 하숙하듯 잠자고 씻고 나오는 곳이다. 그러다 틈이 나면 주차장 한편에 서서 담배 연기로 답답한 마음을 푸는 게 유일한 숨구멍이다. 


집과 식당만을 오가며 늘 쳇바퀴 돌듯 살아가지만 가족을 위해 평생 일했다. 아들은 별 탈 없이 커주고 있는 것 같아 오로지 식당일에만 전념했다. 자식일은 아이 엄마가 신경 쓰고 있으니, 돈만 열심히 벌면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똑같은 일상들이 쌓이고 쌓여 세월은 무심히 흘렀다. 귓가에 익숙한 트롯의 가사처럼 '황소처럼 일만 해도 살림살이 마냥 그 자리....'라고 머리가 희끗해질 때까지 식당일 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내 집하나 남아있지 않은 현실이 야속하기만 하다. 

 

서른이 넘은 아들은 변변한 직업 없이 식당일을 거들며 온라인 게임에 빠져 산다. 처음에는 자기 의지대로 풀리지 않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해소할 방편이라 이해했던 행동들이 점점 되돌리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갈수록 게임에 빠져 현실 세계를 잊고 지내는 시간들이 많아지고 그럴수록 잔소리와 갈등은 깊어져 갔다. 저렇게 살게 내버려 두었다간 인간 구실하며 못 살겠다 싶어 힘들게 아들 명의로 식당을 차려주었다. 자기 명의로 된 번듯한 가게 하나 있으면 정신 차리고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겠지 희망을 가지면서 말이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 같았는데 이내 그놈의 나쁜 습성이 살아났다. 밤새 게임을 하고 겨우겨우 일어나 가게로 출근해 비몽사몽 일을 하다, 밤이 되면 다시 번뜩이는 눈빛으로 게임에 빠져든다. 이런 생활의 반복은 가게 운영을 힘들게 만들었고, 결론적으로 폐업이라는 슬픈 엔딩을 맞이하였다.

 

부모로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적어도 자식은 그 모습을 보고 배운다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열심히인데 너는 왜 이것밖에 안되냐의 강압적이고 무시하는 태도 속에서 자식은 점점 주눅이 들어간다. 그러면서 부모의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자식의 삶은 흘러간다. 




# 아들의 이야기

어린 시절 늘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식당을 함께 운영하시는 부모님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무거운 몸으로 집에 도착하셨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들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부모님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다른 친구들처럼 가족이 모여 앉아 함께 따뜻한 저녁밥을 먹고 싶었다. 때론 투정도 부리고, 속상했었던 일들도 풀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집안의 공기는 늘 냉랭했다. 언제나 다그치듯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쏟아내는 아버지는 본인의 기준에 따르지 못하는 행동들을 참지 못하셨다. 아버지 앞에서는 그렇게 늘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유일한 도피처는 게임을 하는 순간이었다. 현실 세계와 다른, 자신감 있고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내는 또 다른 내가 거기에 있었다. 온라인에서 만난 친구들은 나를 영웅으로 대해주었고, 거침없이 그 속에서 성장해 나갔다. 그렇게 꿈을 꾸듯 밤새 다른 세계를 살다 눈을 뜨면 한없이 작아진 나를 마주하며 괴로웠다. 아니 무기력하게 또 하루를 겨우겨우 살아냈다. 


아버지는 늘 한숨부터 내쉰다. 서른이 넘도록 운전하나 제대로 못하냐며 운전대를 잡은 나를 향해 고함을 지르신다. 함께 장을 보러 마트에 갔던 어느 날, 매일같이 오는 곳인데 계란이 어디에 있는지 바로 찾지 못한다며 그 자리에서 계란 한 판을 집어던지셨다. 아버지의 불같은 성격 앞에서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사실 변변한 직업도 자금도 없이 나이만 훌쩍 들어버린 현실이 발목을 붙잡았다. 점점 이건 아니다 싶었지만 족쇄처럼 아버지의 곁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꿈이 있었고, 계획도 있었다. 성격 급한 아버지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늘 다그치듯 몰아세웠고 아버지의 뜻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내 모습이 다 아버지 때문이라고 대놓고 소리칠 수도 없다. 아직도 그렇게 아버지라는 벽은 높기만 하다.


자식은 부모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든든한 응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부모님은 열심히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잊고 있는 듯하다. 자식을 믿고 지지해 주는 부모님의 태도에서 자식은 탄탄하게 성장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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