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어떤 재미로 살아야 할까, 본격적인 고민을 시작한 건
아마도 두 사람의 은퇴를 지켜보면서 일거다.
K 방송국에서 함께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피디가 퇴직을 했다.
후배들이 준비한 퇴직 축하 회식 내내 그의 얼굴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방향을 정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열심히 일하고 이제는 남은 인생을 신나게 즐길 때인데
하나도 후련하거나 기뻐 보이지 않았다.
좀 더 비약해서 표현하자면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다고나 할까.
보내는 이들도 입 밖으로는 축하를 말했지만 마음으로는 측은함이 감돌았다.
평생직장에서 주어진 일을 착실하게 하며 살아온 사람이
더 이상 회사에 오지 않고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나.
몇 해 전 대학시절 은사님이 은퇴를 하셨다.
가끔 밥을 먹자고 연락이 온다.
어떻게 지내시냐고 물으니
아침에 일어나서 도서관이나 문화센터를 가고
점심은 대형마트 식당에서 한 끼를 해결하고
가끔 도시락 배달 자원봉사를 하며 지내신다고 했다.
은퇴 이후에 의미와 재미를 찾으려고 하나 아직은 몰입할 곳을 찾지 못한 듯했다.
그들에게 은퇴는 화려한 인생 2막의 개막이 아닌
막이 내리고 조명이 꺼진 어둑한 무대 같았다.
한 중년의 남자가 법륜스님에게 물었다.
“스님, 제가 이제 곧 60살인데 환갑 이후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그러자 스님이 대답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게 어땠어요? 재미있고 좋았어요? 힘들었어요?"
남자가 대답을 머뭇거리자
"지금까지 살아온 게 재미있고 행복했다면 60대 이후도 그렇게 살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힘들 겁니다"
지금 재미있어야 한다.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