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취미 부자다.
온라인 게임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미드와 영화 보기를 즐겨하며 한때는 책 수집에 빠지기도 했다.
한동안 기타 연주에 관심을 가지고 기타와 악보, 보면대를 사재끼더니
학창 시절에 모아둔 CCM 카세트테이프를 디지털로 변환해
유튜브에 올리는 작업에 몰입하기도 했다.
지금은 마라톤에 빠지셨다.
가만히 있어도 푹푹 찌는 한여름에 일주일 중 사나흘은 마라톤 훈련을 가고
올해 여름휴가는 남편의 트레일러닝(산악마라톤) 대회 일정에 맞춰 떠나야 했다.
(마라톤을 하기 전에는 줄넘기와 수영, 탁구도 거쳤다)
남편의 방은 그가 얼마나 다양한 취미생활을 거쳐갔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체다
한마디로 책과, 악기, 각종 게임기와 운동기구가 난잡하게 뒤섞여 있고
지금은 마라톤 대회에서 받은 트로피와 메달로 채워가는 중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남편의 취미생활이 나를 외롭게 했고 수시로 분노를 일으켰다.
아이를 돌보지 않고 감히 취미생활이라니!
남편의 취미 생활을 존중하는 데까지 피 튀기는 전투와 세월이 필요했다.
남편이 왜 그렇게 다양한 취미생활을 거쳐왔고
지금도 몰입하는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인생이 지루할 틈이 없어 보인다.
예상컨대 이 코스대로라면 남편은 조만간 철인대회에 도전할 것이고
세계 6대 마라톤 대회를 차례로 섭렵하며
은퇴 후에는 히말라야 종주를 떠날 수도 있다.
인생 참 재밌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