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부자인 남편과 달리 나는 나이 마흔을 먹도록
이렇다 할 취미생활에 빠져본 적이 없다.
그나마 내세울 만한 취미를 끄집어내 보자면
SNS에 글을 끄적인 정도다.
왜 그렇게 취미생활을 하지 못했는지 굳이 변명하자면
학창 시절에는 공부가 다인 줄 알았고(공부는 잘하지 못지만)
사회 나와서는 일하느라 바빴다. (미친 듯이 일은 했다)
결혼하고는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었고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야 건강을 위해 운동을 생각했다.
세상 참 재미없게 살았다.
그래도 그동안은 뭔가를 이루고 해내야 할 게 많아서
취미라는 인생의 낙이 왜 필요한지 몰랐다.
그러다가 탁구라는 취미를 만났다.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땅따먹기와 고무줄, 나무를 타며 놀았던 터라
탁구라는 액티브하고 승부욕을 자극하는 운동은 나와 찰떡궁합이었다.
통통 튀는 탁구공 소리와
공을 라캣으로 맞췄을 때 주는 타격감,
온몸을 움직이며 게임을 하면 도파민이 마구 분출됐고
난생처음 운동중독을 경험했다.
좀 더 빨리 탁구를 만났다면 더 인생이 재미있었겠지만,
지금이라도 너라는 재미를 알게 돼서 정말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