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을 바라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기
연말연시는 한 해 중 운세와 미래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시기일 것이다. 한 해를 마치면서 올해 초에 보았던 신년 사주와 한 해를 비교해 볼 수도 있고, 고되게 기억되는 올해보다 내년은 상황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한 해를 미리 점쳐볼 수도 있다. 다른 날과 같이 해가 지고, 밤이 오고, 또다시 해가 뜨는 하루이건만 12월 31일과 1월 1일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날 하는 일은 왠지 새해에 영향을 줄 것만 같아, 일부러 ‘좋은 기운’이 가득한 행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루의 시작인 일출을 보는 것, 익숙해지고 싶은 건강한 생활을 시작하는 것, 새해의 바람을 담은 노래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각자가 새해 첫날을 보내는 방식 중 하나이다.
'새해 복'을 바라는 마음
원하는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새해를 맞는 하나의 방식이랄 수 있다면, 스스로 어쩌지 못하는 외부의 것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또 다른 방식이다. 숱한 경험을 통해, 혹은 본능적으로 세상일은 꼭 노력만큼, 마음처럼 안 된다는 것을 어려움에 부딪혀 깨지며 알게 된다. 더욱이 앞에 놓인 어려움과 맞설 용기가 충분치 않다면 우리는 더욱 외적인 무언가에 기대하고 싶어진다.
‘미신’이라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마음에 기대어 자라났다. 농작에 필요한 적절한 햇빛과 바람, 그리고 수분을 바라는 마음은 무엇보다 미신의 시작을 잘 설명해 준다. 날씨는 당시의 인류에게 속수무책인 대표적 장벽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한마음으로 ‘좋은 날씨’를 바라는 데서 자라났을 미신은, 갈수록 개별화되고, 세분화되었다. 저마다 다른 ‘좋음’을 ‘소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상황과 시기에 따라 또다시 변화를 겪었다.
저마다 다른 형태로 기원하는 ‘좋음’은, 몇 가지의 상징으로 표현되었다. ‘네잎클로버’, ‘손가락 꼬기(Cross Fingers)’ 이것들을 발견하거나 지니면 행운을 품었음을 뜻한다.
행운에 대한 소망의 표현
새해를 바라는 마음에서 누군가는 내년이 올해만 같기를 바랄 것이다. 힘든 시기를 겪은 누군가는 상황이 더 나아지기를 간절히 기도할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이 물질로 현실화되기라도 하듯이, 시장은 행운을 담은 상품을 내걸었다.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행운버거’는 올해로 10년째 매해 연말연시에 등장하고 있다. 이 햄버거를 먹으면 새해에 행운이 깃들 것이라는 스토리텔링과 함께이다.
중국의 문화에서 유래했다는 ‘포춘쿠키’는 과자 안에 운세를 암시하는 종이가 담겨 있어, 사람들은 과자를 부숴 운세를 확인한다. 쿠키 속 종이의 글귀에서 행운의 조각을 찾아내도록 글귀는 의미심장하다.
신년에 유독 인기가 많은 사주풀이 역시 운세풀이로 불행이 있다면 미리 대비하고 싶은 마음도 사주를 보는 이유 중 하나이다.
햄버거와 쿠키, 그리고 문자가 행운을 불러올지는 만무하다.
그러나 행운을 바라는 마음에서 네잎클로버를 찾건, 손가락을 꼬건, 혹은 운세를 확인했을 때 행운이 깃들었다는 풀이가 당신의 운세에 들어있건 간에, 그것이 꼭 당신이 앞으로 행복해질 것임을 보장하지 않는다. 사주는 풀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고, 네잎클로버는 본래 잎이 세 개인 클로버의 변이 형태다. 그리고 우리는 행운을 의미하는 이 모든 행동이 곧바로 행복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이미 알고 있다. 운이 따라주더라도 각자의 노력이 성과를 이루는 데에 반드시 요구되기 때문이다. 막연히 행운을 바라는 마음은 스스로의 노력 없이 성과만을 바라는 모습이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은 <새해 복>이라는 곡의 가사에서 노력 없이 ‘복’에 기대는 마음을 꼬집었다.
"니가 잘해야지 (안돼)
노력을 해야지 (안돼)
새해 복만으로는 안돼
니가 잘해야지 (안돼)
열심히 해야지(안돼)"
그럼에도, 안녕을 빕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꼭 노력만으로 되는 것도, 그렇다고 전적으로 운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새해 복은 미신이라고, 서로에게 매정하게 대할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행운을 기원하는 이 모든 방식은 사람들에게 행운을 명분 삼은 응원을 건네는지도 모른다. ‘당신의 새해는 분명 좋을 겁니다, 그러니 힘을 내세요’와 같은 메시지 말이다.
행복한 새해를 꿈꾸는 이들, 그리고 연말을 견뎌내는 이들에게 안녕을 바라는 것이 따뜻한 연말연시를 보내는 방식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