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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아 Jan 04. 2023

덕후들의 놀이터,《글리프(Glyph)》

문학&작가 덕질 아카이빙 잡지 《글리프》 – 김초엽 [실험]


바르트는 《텍스트의 즐거움》에서 독자의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문학작품에서 텍스트는, 독자에게 이르러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때에야 저자를 넘어선다. 저자의 의도와 개인성을 떠나 새로운 해석이 열린다는 점에서 독자의 영향력은 곧 ‘저자의 죽음’을 의미한다.


텍스트 해석에 관한 독자의 활동력에 집중하자면, 오늘날 이 독자의 역할은 비단 텍스트에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닐 듯하다. 언어로 기능하는 모든 것에 대해 우리는 수용자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수용자는 본래의 작품을 그것이 제작될 당시에 의도된 것보다 더 풍성하게 만든다. 텍스트, 영상, 이미지 등에 대한 각자의 해석이 그것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작품의 의미를 보다 풍부하게 하는 데에는 그만큼 작품에 대한 깊은 관심이 요구된다. 애정을 동반한 관심을 우리는 일명 ‘덕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덕질은 작품에 애정을 갖는 개인들이 각자가 주목한 매력포인트를 정성스레 닦고 가꿔 서로 공유한다는 점에서 작품을 본래보다 더 빛나보이게 한다.


잡지 《글리프》는 그런 점에서 문자를 매개로 덕후들이 자신의 해석을 마음껏 공유하고, 또 확인하는 장(場)이 되기를 자처한다. ‘작가 덕질 아카이빙’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이 잡지는, 매 호마다 작가를 주제로 한 문학비평, 그리고 작가 활동을 아카이빙한다. 한 문장에서 제목을 단 줄글까지의 비평 혹은 소감이 적절히 구성되어 내용을 이룬다. 눈길을 끈 지점은 작품에 대한 독자의 해석을 ‘인터뷰’ 방식으로 제공한다는 점이었다. 작품 해석은 더 이상 만든 작가 고유의 것이 아니라, 그것을 수용하는 독자의 영역이기도 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지난 8월에 발간된《글리프》의 여섯 번째 호는 김초엽 작가를 주제 삼았다. 이곳에서 독자의 입장을 공유하는 저마다가 김초엽 작가가 소설을 통해 구축한 세계관을 배경 삼아 이야기를 나눈다. 별명으로 소개된 짤막한 후기들, 자신의 경험을 녹여 지은 수기, 소제목을 붙여 쓴 비평문이 아카이빙 되어 있다. 한 권에 오로지 한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내내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글리프》는 덕질 잡지로서 역할에 충실했다. 《글리프》로 작가와 그의 문학적 세계관이 더욱 빛나 보였다. 좋아하거나 이름만 접하고 잘 알지 못하는 작가를 다룬다면 단번에 눈길을 빼앗길 만한 잡지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2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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