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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미 May 11. 2021

07. 처음부터 험난했던 르포

-봉정사 편-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한다고 해도 우린 신문을 발행해야 하니 취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첫 기획 주제는 '안동의 유네스코'였다. 당시 안동시에는 하회마을, 봉정사, 유교책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돼 있었다. 


나는 취재 교육을 받을 때 ▲시의성 맞추기 ▲지역성 담기 ▲인터뷰는 최대한 대면으로 하기 등이 특히 문화부에선 중요하다고 배웠다. 이 세 가지를 고려했을 때 이 가안(임시로 만든 안건)은 당시 봉정사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해였기에 시의성도 맞고 문화부 기사로써 정말 좋은 가안이었다. 어떤 기사를 써야 하지 고민하던 나에게 선배들이 던진 가안이기도 했다. 첫 문화부 기사인 만큼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다. 


일단 사전 취재를 어느 정도 한 뒤 떠나야만 하는 취재 일정을 짜야만 했다. 안동 지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하회마을-한국국학진흥원(유교책판)-봉정사 코스는 차가 있어도 하루에 다 돌아다니기 힘들다는 것을. 당시 수습인 나를 혼자 취재를 보낼 순 없다고 판단한 선배님들이 차를 렌트해 하루 만에 다 할지, 삼일 연속 취재를 보낼지 상의했다. 결국 렌트비 처리 문제로 난 삼일 연속 취재를 나가게 됐다.


첫날은 사진부 기자와 함께 봉정사로 떠났다. 원래 멀미가 조금 있었는데 너무 버스를 많이 타서 정말 속이 울렁거려 죽을 뻔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버스에서 내린 순간부터였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봉정사를 향하려 하니 엄청난 각도의 오르막길이 사진부 기자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눈으로만 보면 수많은 나무가 푸르른 빛깔을 뽐내며 바람에 흩날리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러나 당장 내 눈에 보이는 건 칙칙하고 딱딱하며 보기만 해도 우울해지는 가파른 오르막 길뿐이었다. 둘 다 헉헉거리며 올라가다 다 왔나 싶어 잠시 고개를 드니 눈 앞에 보이는 건 일주문이었고 그 뒤로 오르막길이 이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일주문은  항상 한마음 한뜻을 가지고 수도하고 교화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역시 난 무교인 게 틀림없다고 느꼈다. 무거운 카메라와 필기구 등을 가지고 등산 아닌 등산을 하려니 수도고 교화고 모르겠고 그냥 쉬고 싶었기에..


약 5분 정도 올라가니 봉정사가 살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오르막을 다 올랐다는 기쁨과 함께 전경을 쓱 훑어보니 한적하고 보기만 해도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잠시 숨을 고른 후 안내소에 가 해설사를 찾았다. 다행히 해설사님은 자리에 계셨고 내가 인터뷰할 동안 신문에 실릴 사진은 사진부 기자가 촬영하기로 했다. 


 해설사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봉정사의 의미, 봉정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과정, 그에 따른 관계자들 소감까지 인터넷으로 알 수 있는 정보 외에도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약 30분간의 인터뷰 시간이 끝나고 팸플릿 하나를 꼭 손에 쥐고 봉정사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봉정사는 그냥 절인 것처럼 보여도 ▲대웅전 ▲극락전 ▲고금당 ▲화엄강 당 ▲영산회상벽화 ▲목조관세음보살좌상 등 문화재가있다. 그외에도 ▲해회당 ▲적연당 ▲객료 ▲양화루 ▲장경고 ▲동암 ▲서암 ▲덕휘루 ▲삼층석탑 등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특히 유명한 대웅전과 극락전은 그 안에서 인사를 올릴 수 있도록 개방했다. 물론 현재는 들어갈 수 없다. 대웅전과 극락전 말고도 종각이 하나 있는데 나는 여기에 시선이 쏠렸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저렇게 크고 무거운 쇠 덩어리를 고리에 걸어 종을 만들었을까? 한참을 바라만 보다 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 시선을 돌리니 내 뒤엔 사진부 기자가 서 있었다. 얼른 돌아가자는 표정으로.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봉정사를 뒤로 한 채 내리막길을 내려갔다.


돌아가는 길은 행복했다. 현장 취재 하나를 끝냈다는 기쁨과 오르막이 아닌 내리막길이라는 사실, 그제야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 등이 한꺼번에 몰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복은 잠시, 어느새 내리막길은 끝나버렸고 당시 버스 배차 시간이 약 1~2시간 났기에 우린 거기에서 약 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나와 사진부 기자는 다신 절대 버스 타고 봉정사를 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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