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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미 Mar 31. 2021

01. 기자, 한 발자국 다가서다

학보사 기자로의 첫 발걸음, 면접

처음 기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그 일을 하고 있는 학교 선배 때문이다. 기사 하나를 작성하기 위해 이곳저곳 뛰어다니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말을 거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소심해서 아무것도 도전하지 못하는 나와는 전혀 달랐다. 그래서 '기자'라는 직업에 더 눈이 갔지만 지원해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쓸데없는 걱정 때문에 마음속에만 간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건물에 '기자 모집'이 적혀 있는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포스터에 있는 QR코드를 찍었다. 휴대폰엔 지원서와 자기소개서가 떴다. 정말 흔하디 흔한 지원서일 뿐인데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지원하다고 해도 붙을 수 있을까?', '만에 하나 정말 붙었다고 해도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쉼터에 앉아 고민하다 그 일을 하는 선배에게 연락을 취했다. 신문사에 대해 정말 자세하게 알 수 있었고 정말 잘할 수 있으리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당시에는 노트북이 없어 수기로 작성했다. 성명, 생년월일, 전화번호, 지원동기, 내가 생각하는 신문이란? 등을 써 내려가다 보니 다른 선배가 조용히 다가와서 말했다.


"너 신문사 지원하니? 00 이가 활동하는 거 못 봤어? 엄청 힘들어. 하지 마."


당시 나에겐 그런 말 따윈 들리지 않았다. 그저 꼭 이 '기자'라는 한 번만이라도 해봐야 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난 신문사에 지원했고 운 좋게도 서류 합격을 했다. 남은 건 면접이었다. 선배의 조언에 따르면 무조건 할 수 있다고 대답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좋단다.


떨리는 면접 당일 순서가 표시된 종이와 A4 용지 한 장을 받아 대기실로 갔다. 대기실엔 이미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잠시 후 신문사 관계자가 들어와 한 시간 동안 종이에 쓰여 있는 주제로 인터넷을 사용해도 상관없으니 칼럼 하나를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면접은 그 후에 순서대로 본다고 한다. 아마 글 쓰기 능력을 파악하기 위한 것 같은데 당장 참고할만한 글이 없는 상태에서 바로 쓰기란 쉽지 않았다. 한참을 멍 때리다 신문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참고될만한 기사들을 보고 그 형식대로 작성했다. 뭐라고 썼는지 당장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단순 보도 형식으로 썼던 건 기억난다.


칼럼을 마무리하고 면접에 들어갔다. 면접실에 들어서니 면접관 3분이 나란히 앉아 있었고 그 앞에 의자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안내에 따라 의자에 앉으니 한 면접관이 뒤를 돌아보라고 한다. 뒤에는 신문사가 영수증 하나로 한 과의 비리를 파해친 과정이 그려져 있었다. 혹여나 그에 관련된 질문을 할까 싶어 열심히 봤지만 그냥 자랑하려고 보라고 한 듯 별다른 질문 없이 면접이 시작됐다.


다른 곳의 면접과 다름없이 자기소개, 지원동기를 순서대로 말했다. 그리고 예상할 수 있듯 자기소개나 지원동기에 대해 추가적인 질문과 내부고발이 가능한지, 신문사에 사용해야 하는 시간과 체력이 상당한데 괜찮은지, 기사 읽고 그에 맞는 표제 정하기 등을 질문받았다. 표제 뽑는 것 외에는 나름 무난하게 흘러갔던 것 같다. 면접 질문 중 가장 생각에 남는 질문이 딱 하나 있었다.


"오늘 하루를 세 문장으로 요약해보세요."


기자라면 정해진 분량 안에 최대한 많은 정보와 사실을 써내야 하며 기사를 읽는 사람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정말 쉽게 파악하는 질문이 바로 저 질문이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나는 "아침에 일어나 수업 준비를 했다. 수업 듣고 밥을 먹은 후 신문사에 왔다. 면접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정말 쉽고 간단한 질문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면접자들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훗날 면접 당시를 떠올리며 다른 기자의 말을 들어보니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왔고 수업을 들었고 밥을 먹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당시 면접관들은 당연히 "그게 세 문장이 맞습니까?"라고 되물었고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렇게 떨리고 어려웠으며 색달랐던 신문사 면접이 끝났다. 후련 섭섭한 마음으로 면접장을 나오며 집으로 돌아가는데 실질적으로 얻은 건 아무것도 없지만 기분은 매우 좋았다. 대학에 들어와서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는데 도전은 했으니까.


그 후 휴대폰에는 문자 한 통이 날아왔고 합격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신문사 생활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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