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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미 Apr 06. 2021

02. 나는야,  아무것도 모르는 수습기자

다짜고짜 기사를 작성해라?!

사실 '기자'에 대한 관심은 있었으나 그냥 단순히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것만 알았지 다른 부가적인 건 하나도 몰랐다. 그렇기에 학보사에 갓 들어온 기자들은 교육을 받는다. 가장 중요한 스타일북 교육부터 언론관 교육, 기사마다 쓰는 방식의 차이 등을 배웠다. 그중에선 실습도 있었다. 보도 자료를 주고 짧은 보도 기사를 작성하게 하거나 직접 취재해서 새로운 기사를 작성하도록 했고 신문사 내에서 선배 한 분을 정해 원고지 25매 분량의 인터뷰 기사를 과제로 줬다.


솔직히 아무런 가이드라인 없이 스타일북만 알려주고 그에 맞춰 기사를 완성하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처음엔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고 그다음엔 이러저러한 내용, 마무리로는 이런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걸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던져준 것이다. 어떻게든 알아서 해오라고.


짧은 보도 기사 작성 때는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취재하는 것에 대한 환상으로 신문사에 들어온 거라 직접 취재해 기사를 작성하기로 했다. 마침 당시 벚꽃이 만개할 시즌이라 다양한 축제를 열었는데 그중 하나를 선정해 취재했다. 일단 예전 기사를 찾아봤고 그 유형대로 취재하려 했으나 막상 현장에 나와보니 머리가 하얘졌다. 그래서 보이는 건 다 메모했다. 당시 풍경을 그림으로 그리기도 했고 부스의 개수, 종류, 담당자 등 무엇이 필요할지 몰라 다 조사했다. 그리고 그 벚꽃제를 즐기던 관광객에게 슬쩍 다가가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다.  생애 첫 취재였고 첫 기사를 작성했다. 그리고 선배 기자에게 퇴고를 받아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누군가에게 나의 글을 보여준다는 건 언제나 떨리는 일이었지만 용기 내 선배 기자에게 기사 원고를 내밀었다. 흰색과 검은색만 있던 종이는 빨간색으로 뒤덮였다. 처음에는 창피하기도 하고 스스로 글을 이렇게 못 쓰나 자책도 했지만 다른 선배들이 일반 글쓰기와 기사 작성은 다르다며 위로해 그나마 괜찮았다.


문제는 인터뷰 기사였다. 하필이면 친하지 않고 깐깐하며 말수 없는 선배가 걸리고 말았다. 정말이지 처음부터 막막했다. 연락처는 처음 봤을 때 명함을 받아 알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처음에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일단 멘트를 보냈다. "안녕하십니까, 00000(소속) 000(이름) 수습기자입니다. ~~~ 한 이유로 인터뷰 요청 차 연락드렸습니다. 혹시 괜찮으신가요?" 그러자 딱딱하게 "질문이 뭐죠?"라는 질문이 날아왔고 난 미리 준비해뒀던 질문지를 보냈다. 그 후로 아무런 답이 없었다. 답답했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답이 온다면 다음 행동을 취할 수 있을 텐데 정말이지 몇 시간이 지나도록 답장이 없었다. 그 일로 끙끙 앓다 보니 다음날이 됐고 그제야 답장이 왔다. "인터뷰 날짜는 언젠가요?" 솔직히 좀 화가 났다. 답장이 늦어서 미안하단 사과 한 마디 없이 할 말만 하는 게 괘씸했다. 그러나 난 티 내지 않고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 어쨌든 인터뷰는 해야 하니까.

인터뷰 당일, 장소는 신문사였고 커피를 사이에 둔 채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어색함만이 감돌았다. 눈치를 보다 어렵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은 분위기가 괜찮았고 한결 편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처음으로 취재원을 선정해 약속 잡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거라 밖에서 실수하지 말라고 더욱 엄격하게 했다고 한다. 그렇게 나름 괜찮게 인터뷰를 진행하고 기사를 쓰려는데 또 막막해졌다.  인터뷰한 내용은 그럭저럭 정리해서 넣는다 쳐도 리드(기사 가장 처음 들어가는 단락, 기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가 문제였다. 참고할만한 자료는 과거 자료밖에 없는데 그대로 차용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인터뷰 기사의 리드는 다른 기사보단 유하고 문학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 그에 초점을 맞춰 작성해봤다.


그 결과. 인터뷰 기사를 전담하게 됐다. 처음엔 어떤 기사를 전담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내가 글을 잘 쓰는 것 같고 기사 형식을 빨리 터득하는 것 같았으며 마치 엘리트가 된 기분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괜히 맡은 것 같지만.


그렇게 수습기자가 되고 처음 쓴 기사가 신문 지면에 올라가고 거의 모든 수습기자가 하는 인증샷까지 찍으면서 첫 기사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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