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영상을 만든 3가지 촬영법 비하인드
2016년 9월. 우리 부부는 충북 제천 청풍에 있는 작은 펜션을 빌려 야외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모든 것을 셀프로 결혼식을 하고자 맘먹었기에 준비만 해도 6개월이 넘게 걸렸는데 그 모든 작업을 영상으로 남기고자 하나하나 촬영해서 유튜브에 업로드를 했다. 그렇게 쭘이지부부 웨딩 스토리 시리즈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대망의 결혼식 현장에서는 어떻게 촬영하여 기록을 남겨야 하나 여러 가지 다양한 고민을 해보았다. 결혼식 현장이 야외였기 때문에 촬영자가 누구인지, 어떤 영상을 찍어야 할지, 날씨 등 특이사항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여러 가지 선택지 중 어떤 방법을 택했는지 3가지 촬영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한다
1. 하객의 시선에서 촬영된 영상을 모으자
결혼식장을 예약하면 소개받는 것들 중에 하나가 결혼식 현장 사진 및 영상들을 만드는 업체이다. 결혼식 전부터 당일 현장, 폐백까지 결혼식장에서 있을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전담 사진사 또는 영상 감독님이 촬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신랑 신부는 따로 신경 쓸 것도 없이 모든 것들을 그분들에 맡기고 자연스럽게 촬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돈을 많이 주고서라도 그런 감독님들을 섭외하는 것이다
하지만 야외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물론 우리 부부가 돈을 들여서라도 전문 사진사 및 영상을 찍어줄 수 있는 팀을 구한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결국 사진은 친한 포토그래퍼 동생에게 부탁을 했다). 근데 우리는 주인공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영상은 식을 준비하는 내내 찍을 수 없을 것이고 누군가에게 촬영을 부탁을 해야 하는 처지였다. 여러 가지 많은 고민을 하여.. 결혼식날 하루만큼은 카메라를 들지 않고 누군가가 찍어주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일단 친한 친구들 중 영상을 찍어본 친구들 몇 명에게 미리 부탁을 해두었다. 그 친구들은 사진 찍는 것은 좋아했지만 영상을 촬영하는 것은 처음인 친구들이 많았기에 '사진 찍는 것처럼 영상을 찍어주세요'라고 미리 말해두었다. 그렇게 어느 장소에서나 편하게 촬영해달라고 부탁을 하였고 그렇게 자유롭고 사진처럼 찍힌 형상들이 샘플로 많아질 수 있었다. 또한 현장에 온 많은 친구들에게 따로 부탁을 했다. 하객의 시선에서 바라본 결혼식장의 다양한 모습을 영상으로 받아볼 수 있었다. 이런 하객 중심의 모든 영상들을 결혼식 이후에 모아서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2. 360도 카메라로 그날 현장의 느낌을 생생하게
2016년 당시 가장 핫했던 영상 포맷이라고 한다면 360도 영상이었다. VR기계를 헬멧처럼 착용해서 보는 형태의 영상은 그때 당시에 나에겐 충격이기도 했고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때 '일반적인 영상은 평면적으로 보는 느낌일 텐데. 만약 360도로 그때 당시의 느낌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즉 10년 뒤 20년 뒤에 우리 또는 우리의 자녀들이 생생한 현장을 느낄 수 있도록 해보고 싶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래서 즉시 360도 카메라를 구입했고 집과 각종 여행지 등에서 테스트 촬영을 해보았다. 여러 가지 테스트 영상중 움직이는 영상보다는 고정하여 찍는 형식의 360 영상이 보기도 좋고 무난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결혼식장 곳곳의 촬영 스폿에 삼각대로 세워놓는 형태로만 촬영하기로 결정했다.
결혼식 당일은 내가 직접 촬영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현장 스태프였던 동생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미리 지정한 촬영 장소에서 약 5분씩 다수의 영상을 촬영할 수 있도록 알려주었고 그대로 촬영을 하게 되었다. 지금도 그 영상을 VR기기로 보면 매우 신기하다. 화질은 떨어지긴 하지만 그때 사람들의 모습과 주변 풍경, 환호성 등 생생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십 년 뒤 우리 자녀들이 커서 엄마 아빠의 결혼식을 볼 때가 너무 기대된다! (VR영상은 우리만 볼 수 있게 비공개 업로드되어있다)
3. 우리가 준비한 모든 것을 높은 곳에서 볼 수 있도록
야외에서 결혼식을 한다는 것은 모든 것이 다 준비되어있는 실내와는 전혀 다른 고민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날씨, 환경, 하객 접대, 촬영 조건 등 여러 가지 많은 것들을 미리 생각하고 고민해야 현장에서 실수가 없게 된다. 그중 제일 먼저 고민했지만 가장 빠르게 결정하고 선택했던 것이 있다면 바로 야외 드론 촬영이었다. 드론으로 넓게 찍히는 자연환경과 화면을 유튜브에서 보다 보면 항상 가슴이 웅장 해지는 느낌을 받곤 했다.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위치에서 바라보는 영상은 나에게 꿈과 같았다.
충청북도 제천시 청풍면은 거의 모든 곳이 산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아래쪽엔 충주호가 꽤나 넓게 형성되어있는데 호수와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드론 촬영을 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고 바로 드론 촬영 감독님을 섭외하기로 했다. 그리고 주변 지인들을 수소문한 끝에 감사하게도 참석해주신다는 감독님이 계셔서 믿고 맡길 수 있었다. 아직도 그분께는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사실 드론 영상은 소리 녹음도 안되어있고 오로지 영상만 쓸 수 있다. 즉 주변 자연환경과 결혼식 장 전체 풍경만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본식 영상 속에는 오프닝과 마무리에 결정적으로 삽입되었다. 처음 영상을 딱 틀었을 때 느껴지는 자연 풍경을 통해 우리가 결혼을 했던 장소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고 함께 참석한 친구들과 지인들과 함께 손을 흔드는 장면은 우리 부부가 간절히 꿈꿔왔던 영상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난 아직도 어렸을 적 비디오테이프로 재생해서 볼 수 있었던 우리 부모님 결혼식 영상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촌스러운 음악과 풍경, 느낌들이 손발 오그라드는 영상이지만 그 속에서 젊은 부모님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우리 부모님도 저렇게 젊을 때가 있었구나 생각하며 행복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는데 추후 우리 자녀들도 우리의 결혼식 영상을 보며 이렇게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결혼식 영상’을 만들었다. ‘엄마 아빠도 저렇게 젊고 예뻤구나’
<요약>
1. 친구들에게 부탁하여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함
2. 360도 카메라 촬영으로 생생한 장면 녹화
3. 드론 감독님을 어렵게 섭외. 최고의 드론 영상 촬영
4. 수십 년 뒤에 봐도 감동적인 우리들의 결혼식 영상
< 쭘이지부부의 시작. 직접 준비한 셀프 야외 결혼식 영상 16. 09. 13 >
<야외 셀프 웨딩 후기 :) 16. 09.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