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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자몽에이드 Jun 25. 2023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 김형경

- 이런 내용인 줄 몰랐다.

2004년이었던가 2005년이었던가.. 장장 13년에 이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혼돈기를 시작하던 그즈음에 이 책을 처음 접했다.


전에 없이 심리적으로 추락하고 있던 내게 중학교 3학년 때부터인가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이 책을 적극 권하면서 빌려줬다.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면서.


그때 뭔가 깊이 있게 읽었다는 인상이 남아있었는데.. 그래서 당시 김형경작가님의 작품을 거의 다 찾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래서 당시와 비슷한 충격에 고통받고 있던 현재에 그 책이 생각이 나서 다시 읽게 된 것인데 읽으면서 내심 계속 놀랐다. 이 책이 이런 내용이었다고..? 전혀 기억에 없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렇게 내용이 기억에 없을 수가 있지. 이게 이 책의 한 줄 독후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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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무렵 나는 사법고시를 해보겠다면서 신림동으로 이사를 갔었는데 그게 내 인생의 가장 큰 실책이었다. 당시 나는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내고 나는 고시를 시작한다며 설쳤는데..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나는 '지기'하지 못해서 13년간 백전백패했던 것 같다.


이 책은 화자인  인혜와  세진이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  치열하게 분투노력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그래서 그 친구가 이 책을 나에게 권했던 걸까? 지금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세진은 좋다는 건 다해보는 스타일로, 정신분석적 정신치료를 받으면서 무속, 각종민간요법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자기 자신을 알고 아픔을 치료해나가려고 한다. 반면 인혜는 자기 자신을 잘 모르다가 하나하나  인생에서 벌어지는 하나하나의 이벤트들에 수동적으로 응하는 과정에서 그때 받은 느낌들, 직감들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을 이해해 가는 캐릭터인 것으로 보인다. 인혜는 세진을 끝없이 원하지만 끝없이 오해하는데 그 오해는 사실 인혜가 적극적으로 묻거나 따지지 않고 계속 혼자 생각해서 생긴 것이다. 세진은 외롭고 힘든 캐릭터 같지만 끝까지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자신을 위해 인혜를 이용하면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는 다소 이기적인 인물인데 전반적으로 세진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이고 인혜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느낌을 준다.


세진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아픔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아픔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고 그것은 깊은 상처가 되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너무나 적극적이고 어쩌면 무모하고 이기적으로 그 상처를 극복하고 자기를 바로 찾기에 온 힘을 쏘는다.

인혜는 자신이 선택하고 보니 잘못된 선택(남편을 제대로 선택하지 못했다)인 바람에 아픔이 생겼다. 그리고 그것이 상처인지 아닌지 잘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러나 인혜의 방어성을 보면 인혜는 충분히 상처 입은 것 같은데 세진을 다시 만나 세진을 지켜보면서 자기의 아픔을 조금씩 들여다보게 되고 치유의 길로 들어서는 것 같다.


나는 내가 한 선택으로 인해 오랜 방황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건 인혜처럼 타인의 하자로 인한 것이 아니었고 내가 내 자신을 잘 몰라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래서 신은 나에게 내가 무슨일을 할 수 있는지, 내가 어떤일을 하며 살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싶은지,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만하는 시지프스의 바위를 근 13년간 굴리게 했던 것인가 싶기도 하다.


나아가고 싶으면 뭔가를 해야한다. 그게 설사 뒤로가는 길이라고 밝혀질지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겸손하고 친절해야한다.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내가 당하기 싫은 일이기 때문이다.


가족이 나를 지지해 줬기 때문에 내가 살 수 있었다. 사랑의 힘이 사람을 살게 한다.


13년간의 고행길에서 저 3가지만은 확실히 알았는데 .. 


나는 현재 다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전과는 약간 다른 차원의 고민이기는 하나

이 시점에 다시 이 책을 찾게된 것은 '나 자신을 더욱 더 확실하게 파악하라. 그래야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시기가 절묘하다. 인생이란 참 오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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