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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 Jun 23. 2024

지적인 분위기

목포 석산 카페

여수는 외가인 순천과 붙어 있는 곳이라 여름방학에 외가에 가면 놀러 가러 가던 곳이었다.

향일암도 오동도도 다 그런 '놀 곳'이었다.

그러던 여수가 장범준의 '여수 밤바다'로 떡상을 하더니 포차거리며 낭만의 대명사로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코로나 이전엔 당일치기였는데 이번엔 1박 2일로 일정을 잡아 떠나게 되었다.

요즘은 특히 지방의 대형카페가 붐이고

작년 목포 석산 카페의 좋은 추억도 있어서

은근히 카페가 기대가 되었다.

코로나 이전에 여수에 왔을 때에는 '비스토니카페'에 갔었다.

당시만 해도 좀 낯설었던 식물이 무성히 우거져 있었고

동남아시아에 온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의 카페였고

커피 맛도 좋았다.

하지만 가본 곳보다는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어

모이핀 오션뷰로.

모이핀은 대형 카페답게 4층 규모를 자랑한다.

핀란드어로 moi가 '안녕'이라는 뜻이라는데 안녕 핀란드 정도 되겠다.

건물이 와이드 한 건 아니고 각 층별로 특색이 있는데

3,4층은 보통의 오션뷰 카페와 비슷하다.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1층으로 내려가면 좀 다르다. 노키즈존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조용한 대화를 원한다면 1층으로 내려가길.

조도도 낮아서 아늑하고 시원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날만 좀 덜 덥다면 야외로 나가서 즐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그야말로 여수 바다를 전세 낸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모이핀 오션점 위로는 모이핀 스카이점이 있는데 오션점 위에 있어서

전망이 더 좋을 수도 있겠다.

모이핀도 좋지만 여기 있으니 작년에 간 목포 석산 카페가 자꾸 생각났다.

목포 석산 카페는 내가 가봤던 카페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곳이다.

개방감이 느껴지는 공간 설계와 조명의 배치, 음악의 조화가 가장 뛰어났던 곳이다.

지금도 실내를 흐르던 바흐의 무반주 첼로 협주곡을 잊을 수 없다.

16:9의 비율처럼 가로로 긴 공간은 1층 2층 3층이 

극장의 객석처럼 계단식으로 구성되어 풍경을 즐기기 좋다.

'목포는 항구다'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항구뷰다.

2층에 앉아서 여유 있게 커피를 즐겼는데 커피 또한 수준이 높았다.

베이커리는 그다지 흥미가 없어서 모르겠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커피와 공간이 주는 매력에 베이커리도 허투루 하지 않았겠거니

호감을 가지고 추측하게 되는 것이다.

오션뷰 뒤쪽으로는 석산뷰인데 이 쪽 역시 좋았다.

애써 칠하지 않은 나뭇결의 자연스러움을 살린 외관은 조금은 딱딱한 느낌을 준다.

무심하고 상냥하지 않은 그 느낌이 또 매력적이었다.

석산뷰 쪽으로는 이런 식으로 공간이 펼쳐져 창밖 풍경이 아닌 아늑한 나뭇결을 느낄 수 있게 되어 있다.

아침 이른 시간에 방문했기에 사람은 붐비지 않고 바흐의 무반주 첼로 협주곡이 감동적으로 흐르고 있었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널찍널찍하게 배치된 테이블과 절제된 색감의 사용이 

마음을 느긋하게 만들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만들어준다.

어쩌면 일찍 개항을 했기에,

신문물을 일찍 받아들였기에

사람들의 취향이랄까 도시가 가진 정취도 다른 곳보다 좀 더 세련된 건 아닐까.


여수 모이핀에서 목포 석산을 생각했다.

포레스트 아웃팅스도 좋고 천안 핀스도 좋았다. 

인천 브라운핸즈도 정취 있고 부산 달맞이 고개의 많은 카페도 좋았지만,

역시 나의 원픽은 석산.

석산을 뛰어넘는 카페를 만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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