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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 Jul 20. 2024

시간의 뒤켠,

드러날 진실들

20,30대에는 나이가 들면 얼굴이 두꺼워지는 줄 알았다.

부끄러움이 사라지는 줄 알았다.

말하자면 옷을 입고 있어도 배가 나와 있는 것이

남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는 무신경함이랄까 당당함이랄까

이런 것의 발로라고 어림짐작하고 있었다.


그 때에는 내가 배에 힘을 주면 배가 들어갔으므로

나이든 이들이 배가 나온 것이,

배에 힘을 주어 그것을 감추지 않는 것이,

나이가 들어 주변의 시선을 전혀 신경쓰지 않게 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려니 생각했던 것이다.

수치심에 무뎌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틀렸다.

배에 아무리 힘을 줘도 

내 배는 들어가지 않는다.

남의 시선에 똑같이 신경을 쓰는데도

안된다.

슬프게도.


이래서 세상에는 겪어보지 않고는 

알지 못하는 일도 있나보다.

옷의 태를 안 살린게 아니라 못살린 거였다.

남의 시선을 신경 안 쓴게 아니었다.

무지 신경을 써도 인력으로 안되는 거였다.


나이가 들어, 나온 배의 진실을 알고

나는 더 절망하게 되었다.

중년의 뱃살 앞에서 

호르몬 앞에서

시간 앞에서

인간은 이다지도 무력하단 말인가.

할 수 있는 것이 진정 아무것도 없단 말인가.


물론 보디빌딩을 정력적으로 하면 되겠지만

나는 일을 하면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나름 식이 조절을 하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봐도

나와 있는 배는 좀체로 들어가지 않는다.


헬스장에 가서 최대한 배를 집어 넣어봐도

메롱, 나 여깄지

라는 식으로 나와 있는 배를 확인하면서

약은 오르지만

세상에는 인력으로 안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절감한다.


시간이 가면서 나는 또 어떤 나이듦의 비밀을 발견하게 될까.

앞으로 깨닫게 될 진실 앞에서 나는 지금 엄청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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