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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 Mar 23. 2024

구매 원칙

이거 없어도 되었구나.

봄이 되면 아무래도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은 너무 춥고 여름은 너무 덥다.

그리고 가을은 감상에 빠져 있느라

도통 '정리'할 생각이 안 드는 것이다.

가을은 어쩌면 뭘 해도 마음이 쓸쓸해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가올 겨울의 추위를 실감케 하는 분위기도 한 몫 거드는지도......


흔적이 남지 않는 경험 소비는 많이 하지만

(먹는 거, 여행가는 거)

물건을 사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빈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내 물건들을 보면

내가 지향한 것이 미니멀이 아니고 맥시멀이었나

하고 어리둥절해진다.


흔적없는 소비를 지향하게 된 데에는 스포츠 센터에서 들었던 60,70대 여인들의 얘기가 한 몫을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집정리를 하는데 아니, 버려도 버려도 끝이 안나."

여인들은 죽음 그 자체보다도 짐의 기세에 더 놀란 모양이었다.

그걸 듣던 나도 충격이었다.

나에게는 의미, 남에게는 쓰레기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친 까닭이다.

그래서 쓰면 없어지는 것인데 쓰고 있는 것이 뭐가 있나부터 점검을 하는데

종종 광식이 동생 광태의 호치키스 알과 같은 것들도 눈에 뜨인다.

면봉(왜 이렇게 많지?)

화장솜(화장도 잘 안 하면서?)


나도 모르게 물품을 쟁여두는 스타일이 되었던 것을 절감하며

있는데 또 사는 습관을 교정하는 것으로 구매 원칙을 세우고자 한다.

이거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라는 조바심에 쟁여뒀는데

살펴보니 그거 없어도 쓸게 널렸더라는 씁슬한 현실.


그래도 올해 들어 옷과 신발을 버렸다.

버리면 뭔가 쾌감이 있다.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뿌듯한 성취감을 준다.


'한 개을 사면 한 개를 버린다.'

이런 훌륭한 원칙을 가진 사람도 있던데

나는 아직 그 경지에 이르지는 못한다.


그래도 올해는 수납장에 다 들어가지 못해 여기저기 널려 있는 거라도

수납장에 넣는 것을 목표로 노력할 생각이다.

부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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