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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 May 19. 2024

'너무'한 당신

너무한 건 안 좋다.

중학교 시절에는 잘 몰랐다.

나의 담임도 아니었고 언니의 담임이었기 때문에

엄마가 말하는 

선생님 좋은 분이야

하는 의미도 알지 못했다.

미숙함이 눈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어린 나의 눈에도 선생님은 항상 웃는 얼굴에,

한 마디로 

좋아

보였다.


졸업을 하고 

그 후로도 긴 시간이 지났지만

선생님과 지속해서 왕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야말로 선생님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선생님이 덜컥 유방암에 걸렸다.

2기라고 했다.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았는 데에도

결절 정도로 치부했던 모양이다.

선생님이 손으로 만져서 좀 이상해서

다시 방문했을 때에는 이미 2기였다.

놀란 병원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선생님은 항암을 8차례 받았다.

작년 항암치료 중간에 뵈었을 때에는 가발이셨고

올해 뵈었을 때에는 하얀색 머리가 짧게 자라 있었다.

요즘은 방사선 치료를 받고 6개월에 한 번씩 체크업을 하고 있다고 하셨다.


선생님, 그런데 어쩌다가......

스트레스지.

남매들이 아무도 어머님을 모시려 하지 않아

선생님 혼자 2년 반을 모시다가 병이 나셨다.

이제?

이제는 나도 이기적이야

라고 말씀하시며 씁쓸하게 웃으셨지만

그게 정상이라고 말씀드렸다.


아프면 내가 너무 힘들어

그러니 건강을 잘 돌보렴.


40, 50대의 유방암이 급증세다.

도대체 왜?

한국 유방암학회의 2023년 7월 자료에 따르면-

유방암 증가세는 국제 통계 수치와 비슷한 패턴으로, 그동안 역사적으로 발병률이 낮았던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를 중심으로 유방암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게 학회의 분석이다.

학회는 "유방암 발병률 증가는 생활양식과 사회문화적 환경의 변화로 인한 조기 초경, 출산율 저하, 모유 수유 감소, 폐경의 고령화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스라는 말은 그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지만

사회문화적 환경의 변화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물론 선생님은 60대의 발병이다.

그리고 본인의 분석대로 그 트리거는 어머님을 모시는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추정 중이다.


자궁암처럼 유방암이 착한 암인 줄 알았는데

뇌에서 가까운 부위이므로 착하지 않고

최근 한 프로그램에서 나온 유방 전문의의 말에 따르면 '완치'라는 개념이 없다고 한다.

서구형 식생활도 유방암 증가세에 한몫을 하는 건가?

노브라 운동이 유방 건강에는 좋지 않을까?


진료를 받으러 대기하고 있으면

젊은 커플이 와서 여자가 한없이 펑펑 우는 경우가 있다는데

그럴 때에는

너무 울지 말아요. 괜찮아요.

라는 말을 건네고 싶어지신다고 한다.


염색을 할 수 없어서 친구들과 모임을 하면 좀 그렇다

라고 하셨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자연스럽고 보기 좋다고(실제로 그랬으므로) 말씀드렸다.


이제 선생님은

너무 헌신적인 천사의 생활에서 벗어나

인간계의 생활을 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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