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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Jul 28. 2023

나와 그녀의 시간

플로라와 마주하며

최근에 공감이 필요한 시기를 겪어오면서 온 세상이 내편이고 나만 위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기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지금은 그렇다. 플로라와 나의 시간이 흐른다.


플로라의 암이 확진되면서 난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졌다. 밤새 울었더니 눈이 떠지지도 않고 사람들과 말을 하며 에너지를 사용하기에도 난 힘이 없다. 퉁퉁 부은 얼굴을 모자 속으로 숨긴 나를 두고 말을 거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에게 정중히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 다음에 이야기할 수 있을지 묻는다.


지금 내가 해내야 하는 일들도 중요하지만, 플로라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나를 영원히 떠날 수도 있으니, 우리의 시간은 매우 촉박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수많은 과제들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각자의 입장이란 게 있으니, 내가 지극히 이기적일 수 없음 또한 답답하다.  


플로라의 비틀거림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이지만, 수의사는 플로라가 항암치료를 받는다면 1년 이상은 살 수도 있을 거라고 했다. 하필이면 위장 쪽에 생겨버린 플로라의 암은 플로라가 먹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그렇게 아무것도 먹지 못하니 17kg이었던 플로라가 13kg이 되었다. 걸을 때 다리가 흔들리고, 얼굴이 부었다. 힘없이 걷는 플로라에게 물을 먹어달라고 애원하면 플로라는 나를 위해서 혓바닥으로 핥아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물 먹는 것조차 플로라에겐 고통인 것 같다. 



항암치료에 대한 엄청난 자료들을 찾고 읽고 하는데 내 모든 시간을 사용했다. 8월까지 끝내야 하는 보고서 3건과 책자 한 권이 내 뒤통수 언저리에서 찌릿하게 나를 건들지만, 일단 내 딸이었던 플로라가 이 상황을 견뎌내는 게 중요하다. 근데 블로그에 강아지 항암치료 결과를 올렸던 사람들은 2차 항암치료 이후로 결과들을 올리지 않는다. 그 강아지들은 어디로 간 걸까?



내일 꼭 해야 하는 일 하나만 끝내면 플로라 곁에서 이틀은 머물 수 있다. 그녀의 시간이 간다. 나와 그녀의 시간이 함께 흐르는 게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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