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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Jan 27. 2024

핸드 드립 커피, 어렵지 않아요

 우리나라 사람 대다수의 취향과 비슷하게 나 또한 신맛(산미)이 적은 커피를 선호했다. 때문에 핸드 드립 커피보다는 자연스레 에스프레소 블렌드 커피를 즐겼다. 스타벅스 같은 인기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신맛이 적은 아메리카노를 표준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다른 매장들도 그에 따라가는 흐름이 자연스레 형성된 듯하다.


 '커피는 과일이다'

 이 말을 지겹도록 들으며 종일토록 커피를 볶고 내리고 시음했다. 처음에는 기술만 배워놓자고, 결국엔 다시 에스프레소로 귀결되리라고 여기며 공부했다. 하지만 그러길 잠시, 어느새 혀에 감기는 신맛이 커피의 더없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에스프레소로 만든 커피 역시 여전히 좋아하지만 공부하는 과정에서 핸드 드립 커피의 세상에 눈을 뜨게 되었다.


 맛에 대한 선호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정답을 내릴 수 없으며 취향을 점수 매길 수 없다. 다만 아래에 안내할 핸드드립의 몇 가지 추출 방법을 참고하여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는 행위가 전혀 어렵지 않으며 누구나 취미로 삼을 만하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전문가만이 핸드 드립 커피를 내릴 수 있다는 편견이 조금이나마 없어지길 바란다.




<준비물>

 서버, 드립퍼, 드립 페이퍼, 드립 포트, 원두, 그라인더, 뜨거운 물, 초시계

  *드립백이나 분쇄된 원두를 구입하였을 경우에는 그라인더(원두를 분쇄하는 기계)가 없어도 된다.

  *뜨거운 물의 온도는 반드시 92도 이상이 되어야 한다. 커피포트로 물을 끓이자마자 드립포트에 물을 옮겨 부으면 딱 92~94도 정도가 된다.


<공통 과정>

 1) 서버 데우기

  서버란 핸드 드립 기구의 아랫부분, 즉 추출된 커피가 담기는 부분이다. 이 부분이 식어있으면 커피가 금방 식어버리며 맛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뜨거운 물을 조금 넣었다가 빼주어 데운다. 같은 원리로 커피를 담을 커피잔도 데워두면 좋다.


 2) 드립퍼 세팅하기

  드립퍼란 핸드 드립 기구의 윗부분, 즉 갈아놓은 원두를 담아 물을 붓게 되는 부분이다. 드립퍼 세팅 과정은 다음과 같다.


  - 서버 위에 드립퍼 올리기


  - 드립퍼 속에 드립 페이퍼 넣기(페이퍼 접는 법은 아주 간단하니 영상을 찾아보시길 권한다)

    *드립 페이퍼에 따뜻한 물을 적시는 과정을 수행하는 바리스타도 있지만 생략해도 무방하다.


  - 드립 페이퍼 속에 분쇄한 원두 30g 넣고 평평하게 만들기

 


 3) 뜸 들이기

  원두의 무게에 따라 뜸 들이기에 사용되는 물의 양이 달라진다. 통상적으로 원두가 30g이면 30ml의 물을 사용한다. 원두 20g이라면 20ml를 사용하면 된다. 방법은 아래와 같다.


  - 드립 포트(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담는다. 이때, 드립 포트 가득 담으면 무게가 무거우니 적당량 채우는 것을 추천한다.


  - 드립퍼 속의 원두에 물을 붓는다. 이때, 물을 들이부어서는 안 되고 최대한 얇은 물줄기로 가운데서부터 가장자리까지 원을 이어 그리며(달팽이 무늬처럼) 부어 준다. 원두 표면에 빠진 부분 없이 촘촘하게 부어주는 것이 좋으며, 다만 원두에 물이 닿는 것이 아니라 종이에 직접적으로 물이 닿게 되면 물이 서버로 바로 빠져버리니 주의하도록 한다.

    *물줄기를 윗부분은 실선, 커피에 닿는 떨어지는 부분은 점선 형태로 드롭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추출 과정>

 위에 설명한 것은 모든 추출 방식 전에 행하는 공통 과정이었다. 지금부터는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을 크게 3가지로 소개하도록 하겠다. 각각 맛의 특성이 상이하니 모두 체험해 보고 취향을 찾아가시면 좋겠다.


 1) 비니엄 방식(B드립): 커피 분쇄도 38, 신맛이 거의 없으며 아주 연하게 차처럼 즐기는 타입

    *잘 모르겠다면 분쇄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 뜸 들이기를 시작하기 직전 초시계를 시작한다. 초시계를 작동하고는 바로 뜸 들이기를 한다.


  - 초시계로 1분 30초가 되면(뜸 들이기 시간 포함이다) 1차 추출을 시작한다. 1차 추출은 30ml의 뜨거운 물을 부어 준다.

    *뜸 들이기와 비슷하게 달팽이 형태로 부어도 되고, 더 완벽하게 내리고 싶다면 원 중심-원 가장자리-원중심으로 달팽이 무늬가 넓어졌다가 다시 좁아지는 형태로 물을 부어주면 좋다. 그렇게 할 경우 뜸 들이기와 같은 양의 물을 붓지만 더 길에 부어야 하므로 물줄기와 속도 등에 신경 써야 한다.


  - 초시계로 2분 30초가 되면 2차 추출을 시작한다. 2차 추출도 마찬가지로 드립포트를 이용해 뜨거운 물 30ml 부어준다. 1차 추출과 완전히 동일하다.


  - 2차 추출까지 끝났으면 60ml 정도의 물이 서버에 내려와 있을 것이다. 뜨거운 물을 부어 종 용량이 300ml가 되게 한다. '이렇게 연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면 잘하고 있는 것이다. 완성이다.

    *원두가 30g이기 때문에 300ml이다. 원두가 20g이었다면 200ml 정도가 적당하다.



 2) S드립: 커피 분쇄도 24, 신맛이 다소 있으며 중간 정도 진하기의 밸런스 잡힌 타입.


  - 뜸 들이기를 시작하기 직전 초시계를 시작한다. 초시계를 작동하고는 바로 뜸 들이기를 한다.

 

  - 초시계로 1분이 되면 1차 추출을 시작한다. 1차 추출은 80ml의 뜨거운 물을 부어 준다.

    *중간-가장자리-중간-가장자리-중간의 경로로 부어주면 좋다. 가운데에서 시작하여 달팽이 모양 왕복 2번 한다고 생각하면 쉽겠다.


  - 초시계로 2분이 되면 2차 추출을 시작한다. 2차 추출은 40ml의 뜨거운 물을 부어 준다. 달팽이 왕복 한 번이다.


  - 커피가 어느 정도 다 추출이 되면 마찬가지로 뜨거운 물을 부어 희석한다. 원두 30g 기준 총용량이 300ml가 되면 적당하다.



3) 칼리타 드립: 커피 분쇄도 18, 신맛이 강하며 진한 커피. 진한 커피를 즐기거나 얼음을 넣어 아이스로 먹을 때 적합하다.


  - 뜸 들이기를 시작하기 직전 초시계를 시작한다. 초시계를 작동하고는 바로 뜸 들이기를 한다.


  - 초시계로 50초가 되면 1차 추출을 시작한다. 정해진 물의 양은 없으며 강한 물줄기로 달팽이 모양 물을 붓는다. 물이 원두 부피를 넘어 조금 더 차오르면 물 붓기를 중지한다.

     *칼리타 드립에서의 초시계 사용은 여기서 끝이다.


  - 물이 내려가 원두 표면이 다시 플랫해지면 2차 추출을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강한 물줄기로 부으며 1차 추출보다 조금 더 차오르게 물이 차면 물 붓기를 중지한다.

    *1, 2차 추출에서 생각보다 많은 물을 부어야 물이 원두 높이보다 더 차오른다.


  - 표면이 다시 플랫해지면 3차 추출을 시작한다. 3차 추출은 약한 물줄기로 원두 부피 정도만 물이 차게 부어 준다.


  - 물이 어느 정도 내려가면 4차 추출을 시작한다. 3차와 4차 추출 사이의 대기 시간은 상당히 짧다. 3차와 마찬가지로 약한 물줄기를 사용해 원두 부피 정도만 물이 차게 부어 준다.


  - 물이 어느 정도 내려가면 마지막 5차 추출을 시작한다. 5차 추출은 2차 추출과 마찬가지로 과감하게 물을 부어 준다. 지켜보다가 서버에 커피가 300~360ml 정도 차면 추출을 마친다.

    *칼리타 드립은 희석 과정이 없다. 마지막 5차 추출로 기호에 맞게 물 양을 맞추어야 한다.




 글로 표현하니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전혀 어렵지 않다. 한두 번 내리다 보면 설명서 없이도 수월하게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성 들여 내린 커피 향처럼 여러분의 하루도 향기롭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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