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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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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Feb 02. 2024

어찌 되었건 1월은 지나고

 2월에 들어서자 날이 조금 포근해진다. 이제야 한겨울의 맹추위 지나고 봄의 기운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것인지. 아직 2024라는 연도가 눈에 잘 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덤덤하게 흐른다. 한 시간이, 하루가, 이틀이, 일주일이 지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한 달이 지나버리니. 내 인생의 밀도 어찌 되었건 2024년의 첫 달은 지나고 두 번째 달을 마주한다. 새해의 첫 달은 어땠나. 새해의 는 어땠는가.

 



 여느 해보다도 바쁜 1월을 보냈던 것 같다. 첫 주에는 가벼운 봉사와 함께 상가 임장에 집중했다. 처음 두드리는 부동산 문은 무거웠다. 하지만 결국 그곳에 있는 사람도 사람이었다. 베풂을 받으려면 먼저 베풀어야 한다. 이 단순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지.


 둘째 주에는 도쿄로 일주일간 관광 겸 견학을 떠났다. 오랜만에 떠난 해외, 대도시는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바로 지척의 옆 나라도 구석구석 얼마나 우리와 다른지. 많이 걷고, 보고, 체험하고, 배웠다. 세상은 넓고 자취 남길 곳은 무궁무진했다. 매일매일 꿈꾸고 기대하며 살겠노라 다짐했다.


 셋째 주에는 여전히 부동산들을 임장하며 메뉴 연구와 개발에 매진했다. 커피와 음료, 빵과 간식들을 많이도 만들고 먹어댔다. 결국에는 먹기 지겨워질 정도였으나 도리어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 메뉴가 입맛에 물렸을 때 '맛있다'라고 느껴야 진짜 상품이다. 더 이상 소비자가 아니기에 공급자의 마인드셋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


 넷째 주에는 커피 수업을 듣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만들어 낼 줄만 알았던 커피에 대해 이론적 지식이 더해진 유익한 시간이었다.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공부한다는 것은 언제나 신나는 일이다. 제빵기능사 국가자격증 시험 준비를 하던 때가 생각나기도 했다. 일주일간 정말이지 행복했다. 멋진 사람들과 멋진 것을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훌륭한 일인지. 무언갈 배우노라면 그 분야의 역량 강화뿐 아니라 본받고픈 멋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는 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수업이 끝나고 난 후 저녁에는 매일같이 가게 브랜딩과 소품 구축에 힘썼다. 작년에는 큰 틀에서만 사업을 구상했다면 이제는 사소한 하나까지도 결정해야 하는 시기다. 역시나 쉽지 않다. 작은 것을 결정하는 데에도 큰 것을 결정하는 것만큼이나 신경과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한 창업 선배들께 존경하는 마음이 든다. 나도 뒤지지 않으리라.


 나의 1월은 이러했다. 각자의 기준대로겠지만 이 정도면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했다 이야기할 수도 있지 않을는지. 한 달이 지나갈 무렵 나는 그리 여겼으며 뿌듯한 마음이 일었다. 그리고 잠시, 조금 다른 마음도 들었다.


 그런 적 있는지. 수십 분을 집중하여 독서했는데 그 책이 너무 어려운 나머지 아주 조금밖에 읽어나가지 못했던 경험. 새해의 첫 달을 아등바등 달려온 후 나의 심정이 그와 비슷했다. 항상 무언가에 최선을 다하며 보냈던 시간이었는데 되돌아보니 고작 몇 걸음 겨우 디뎠을 뿐이고 가야 할 길은 천 리 만 리 남은 기분. 어쩌면 연구하고 공부하고 경험을 쌓으며 넓어진 시야가 되레 나의 부족함을 비추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스스로에 조금이라도 만족하려면 아직 한참이나 정진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느꼈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인생은 즐겁다. 세상은 고작 한 달, 일 년 애썼다고 해서 무언갈 쉽게 쥐여주지 않는다. 몇 년을, 몇십 년을 단련해야만이 그제서 한숨 돌릴 여가 생길지 모를 일이다. 그리하여 인생은 얼마나 시시하지 않은가. 몰두할 거리 얼마나 무궁무진한가. 전문가가 되고파 몰두할 대상이 생겼다는 것은 정말이지 신의 축복이라 할 밖에.


 허투루 보낸 지난 시간을 돌이켜 후회하는 것, 그만두리라 다짐한다. 결국 지나온 모든 시간 얽히고설켜 만들어진 지금의 나이기에. 현재라는 찰나에 존재할 수 있음을 다만 감사하며 주어진 길을 걸어가는 데에 최선을 다하리라, 새로운 달에 다시금 다짐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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