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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GO May 04. 2021

1884

현재 - 2020년 10월 17일 - 에필로그

-성동격서-

내가 태어난 대한제국은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과 함께 참전하여 독일을 물리친 승전국 중 하나로, 당시 세계 최고의 해군을 이용하여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함께 전 세계 3대 상륙작전으로 뽑히는 쿡스하펜 상륙작전과 토야마 상륙작전을 성공시켰다. 그로인해 2차 세계 대전을 6개월 이상 기간을 단축시킨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유명한 작전 2개를 동맹국들과 함께 성공시켰다. 대한제국은 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으로써 독일과 일본에서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받게 되었고 그 결과 자동차 산업, 화학 산업 등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었고, 일본의 큐슈지역이 대한제국으로 합병되어 큰 영토를 가지게 되었다.

조선이 그동안의 아픈 역사를 뒤로하고 세계 최강국이 되게 된 원동력은 조선이 갑신정변에 성공한 것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전 국가사업으로 배를 만드는 조선사업이 전세계적으로 대성공을 이루게 되고,  컨테이너라는 새로운 방식의 선적 기술을 개발하고 그에 맞춰 1000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16노트로 전 세계의 바다를 누빌 수 있는 제1세대 컨테이너선을 다른 나라에 비해 25년 이상 빨리 개발했고 그로 인해 변방의 작은 나라에 불과했던 조선은 나라의 이름을 대한제국으로 바꿈과 동시에 전 세계에서 전 세계의 국제화를 20년 이상 앞당겼다. 몇십 년에 걸쳐 쌓아 온 조선기술은 대한제국의 제조업을 단기간에 발전시켰고, 대한제국은 동쪽에서 가장 강한 나라가 되었다. 2020년 북쪽으로는 백두산, 남쪽으로는 규슈지역까지 넓게 분포한 영토 그리고 1억 5천만의 작은 인구였지만, 경제력은 미국과 비슷한 세계 2위였다. GDP로는 중국이 한국과 큰 차이로 3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일본과 중국은 호시탐탐 대한제국이 약해지는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내가 태어난 1988년, 대한제국은 올림픽이 한창이었고, 내가 태어났을 때 얼굴이 백옥 같이 맑고 아름답다고 하여 옥균(玉均)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셨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갑신정변의 개혁자인 김옥균과 같은 이름이었다.


-풍전등화-

"질병관리청 중앙 방역대책본부는 10월 17일 0시 기준으로,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62명이 확인되었고, 해외유입 사례는 11명이 확인되어 총 누적 확진자수는 25,108명으로 알려 드립니다"

뉴스에서는 연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어 사망자가 수십만 명으로 많이 늘어나고, 유럽에서는 매일같이 수만 명의 사람들이 새롭게 감염되어 여전히 넓게 퍼지고 있었다. 특히 영국과 미국, 일본의 상황이 심각했는데, 2차 유행이 되어서 그런지 여러 가지 변종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신음하는 중 내가 만든 22살에 창업한 바이오벤처회사 Gensix사는 창업한 지 10년 만인 11월 1일에 맞춰서 전 세계로 백신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내 나이 34이었다.

아버지는 대학을 규슈지역에서 나와서 일하셨는데, 나는 그곳에서 태어나 15살에 고등과정을 모두 수료하고, 때맞추어 독일에 주재를 하시게 되어 마인츠에 있는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동안 관심이 있었던 약학과를 선택하여 5년간에 걸쳐 박사 과정을 마친 후 모국으로 돌아왔다. 내가 대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2010년부터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감염병에 대한 전 세계적 문제에 대해서 인터넷을 통해 화두를 던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사업적 기회라고 생각한 나는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 여섯과 함께 한국에서 백신 전문 개발 회사인 Gensix를 창업했다.

2012년 메르스 바이러스의 항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고 나서부터, 운이 좋았던 건지 중국, 일본, 독일 등을 비롯한 벤처캐피털과 정부에서 10조가 넘는 돈을 투자했고, 2016년에 에볼라 바이러스의 백신, 2018년 지카 바이러스의 백신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그 판권을 전 세계 제약사에 팔게 되면서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주식시장인 대한 주식거래소에 Gensix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상장하였다. 그로 인해 나는 약 2.5조의 자산을 보유하게 되었고, 같이 창업한 친구 4명도 함께 억 만장가가 되었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Gensix의 새로운 연구센터에서 개발하고 있던 인플루엔자 관련 백신의 정보를 훔쳐서 3년 전에 중국으로 돌아가 창업한 후 크게 성공한 라스푸이 이외에는 말이다.


-생자필멸-

라스푸이가 중국으로 돌아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라스푸이는 우리와 같은 mRNA기술을 이용하여 사스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2년 후 그의 회사가 있던 중국 우한의 연구소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형태의 바이러스를 가진 매우 전염성이 높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 Gensix에서는 그것을 우박(성경에서 나오는 7번째 재앙)이라고 불렀다. 그 이유는 폐렴을 일으키는 지금까지 발견된 6개의 코로나바이러스와 매우 흡사한 구조였고, 우박처럼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이다. Gensix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는 위험한 바이러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는 연구를 지속해 왔고, mRNA기술을 통해 개인화된 항체를 조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왔다.

바로 그 기술을 가지고 라스푸이가 모국으로 돌아가서 창업을 한 회사 량수제약이 우한에 위치에 있었다. 그것이 과연 우연일까....

우리 Gensix가 열어서는 안 되는 문을 열었던 것일까? 저녁 약속이 있었던 나는 코로나로 한가해진 종로 3까지 걸어서 보쌈집이 모여있는 지하철 역 근처에 있는 보쌈 골목으로 들어갔다. 내가 항상 가는 전주집은 유명한 보쌈집 옆에 위치해서 그다지 알려지지는 않았었지만, 한여름에도 먹을 수 있는 신선한 굴보쌈은 내가 대한제국으로 돌아와서 종로에 사무실을 연 후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창업 초기에는 물론 굴을 추가해서 먹는 것은 조그만 사치였지만, 지금은 2.5조를 자산으로 가지고 있는 나는 굴도 추가하고 고기도 추가했다. 물론 함께 나오는 감자탕은 서비스였다. 감자탕 국물로 목을 축인 후 소주를 한잔 마시고, 굴과 보쌈김치 그리고 족발/보쌈을 모두 함께 야채에 넣은 후 입에 넣어서 씹으면, 후지를 사용해서 퍽퍽했던 싸구려 고기도 굴과 함께 어울려 입안에서는 촉촉한 고급 고기가 되어 나를 즐겁게 해 주었다. 다시 감자탕으로 돌아오면, 무한한 루프가 된다.

친구들과 함께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나는 어둡고 좁은 골목을 지나 소주에 취해 알싸해진 정신과 몸을 이끌고 피카디리 거리 쪽으로 이끌었다. 예전에는 멋진 극장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영화관이 되어있었다. 포장마차들이 즐비한 거리에서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울려 퍼졌다. 펑키한 음악이 흐르자 독일에서 라스푸이와 함께 자주 들었던 패럴 윌리엄스의 해피가 생각났다. 포장마차 앞에 잠시 서서 음악을 감상하던 나에게 누군가 다가와서 몸을 살짝 부딪쳤다. 배에 따끔한 느낌이 들어서 뒤를 쳐다보았는데,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나와 키가 비슷한 아이가 아디다스의 녹색 스탠 스미스를 신고 달려가고 있었다. 손에는 뭔가 바늘 같은 것이 들려 있었고, 흥분한 표정이었다. 아마도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가나보다. 내가 입고 있던 하얀 와이셔츠에 조그만 자국이 생겼다. 감자탕 국물이 튄 건가 생각하니, 색이 너무 붉다. 아주 조그만 점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천 위로는 조그마한 구멍이 뚫려 있어서 아마도 난 주사기에 찔렸나 보다 라고 생각한 순간, 해피가 내 머릿속에서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다리에서 힘이 빠지더니 내 머리는 인도 위의 차가운 바닥에 놓여있었다. 가슴속에서 뛰는 심장소리와 음악소리가 천천히 흘러간다. 행복했던 시간이 지나간다. 그러고 보니 라스푸이는 해피만 들으면 자기는 언해피 하다고 했다. 이유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아마도 어렸을 때 가족들의 압박이 심했으리라... 코로나의 7번째 재앙을 멈출 수 있는 백신의 발표가 2주 뒤였는데, 그 백신 이름은 Hailbreaker였다... 우박을 깨부수는 백신. 심장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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